유가 20달러도 위태… ‘逆오일 쇼크’ 오나

입력 2020-03-31 04:0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주요 산유국의 ‘유가 전쟁’이 겹치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아래로 폭락했다. 18년 만에 가장 낮은 가격이다. 불과 석 달도 안 돼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역(逆)오일 쇼크’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5월물 가격은 장중 한때 전 거래일 대비 6% 넘게 폭락한 배럴당 19.92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초 WTI 가격은 61.18달러에 달했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5월물 가격도 장중 배럴당 7.6% 떨어진 23.03달러를 오갔다. 2002년 10월 이후 18년 만에 최저치다.

보관 비용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유가가 내려가자 마이너스(-) 유가도 등장했다. 최근 아스팔트 제조용 고밀도 유종인 미국의 와이오밍유 가격은 배럴당 ‘-0.19달러’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원유가 팔리지 않아 재고 비용이 늘자, 소비자에게 돈을 주고 파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국제유가 하락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원유 수급 관련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코로나 셧다운’(가동 중단) 사태로 글로벌 유가 수요가 급감하고 있어서다. 에너지 컨설팅 기업인 팩츠글로벌에너지(FGE)는 “4월에 미국에서만 휘발유 수요가 매일 500만 배럴씩 줄어들 것”이라며 “세계 석유 수요도 기존의 4분의 1 수준으로 유례없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 급락은 금융시장의 불안 요소로 거론된다. 30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61포인트(0.04%) 내린 1717.12에 마감했다. 유가 하락에 경기 침체 우려가 더해지며 외국인이 4214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원·달러 환율도 13.8원 오른 1224.4원에 거래를 마치며 다시 약세로 전환됐다. 다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항말라리아제를 코로나 치료제로 쓸 수 있게 승인했다는 소식에 바이오주가 많은 코스닥지수는 3.69% 오른 542.11로 마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