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림픽 연기 후 코로나19 확진자 폭증하는 일본

입력 2020-03-31 04:05
상대적으로 코로나19의 안전지대로 통했던 일본에서 확진자 수가 치솟고 있다. 29일 일본 전국에서 169명의 감염이 확인돼 전체 확진자는 2605명이 됐다. 이날 하루 확진자는 NHK 집계 기준 28일 200명보다 적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두 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30일에는 일본의 ‘국민 개그맨’으로 불리는 시무라 겐이 코로나19로 사망해 충격을 줬다. 공교롭게도 일본의 신규 확진자 수는 도쿄올림픽 연기가 공식 발표된 24일 이후 치솟고 있다. 그동안 서구 언론은 ‘예상보다’ 적은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 통계를 ‘코로나 수수께끼’로 부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본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정보 공개는 매우 제한적이었고, 언론 보도도 해외 상황에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도쿄올림픽 연기가 확정된 후부터 정부는 코로나19 경고 수준을 확 높였을 뿐 아니라 언론 취재 강도도 높아졌다. 아베 신조 총리는 도쿄올림픽 연기를 결정하기 전까지 “인구 1만명당 감염자 수를 보면 일본은 잘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올림픽 연기 후 180도 달라졌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올림픽 연기가 확정된 다음 날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감염 폭발의 중대 국면’을 맞았다며 재택근무와 주말 외출 자제를 당부했다.

확진자가 갑자기 증가한 것이 우연일까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일본인들의 철저한 마스크 착용, 위생 습관도 코로나19 확산을 제어해 온 요인일 수 있다. 하지만 정황을 보면 정부가 코로나19 감염 검사 횟수를 줄이고 시민도 이에 불평 없이 협조해 수치를 ‘관리’해 왔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일본은 개인주의와 자유주의가 아시아에서 가장 단단히 뿌리내린 사회라고 자랑해 왔다. 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이어 이번 코로나 사태는 일본 사회 밑바닥의 저류를 확인시킨다. 그것은 사회 안정을 위해서는 개인의 안전과 건강도 희생하는 일본 특유의 전체주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