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반도체에 기회? 위기?… 장기화 여부에 달렸다

입력 2020-03-31 04:0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적으로 실물경제 타격이 불가피해지면서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도 높아졌다.

아직은 코로나19로 인한 직격타를 받지 않았지만, 전 산업 분야가 침체되는 상황 속에서 반도체만 ‘나 홀로 호황’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늘어난 온라인 거래와 비대면 활성화가 반도체 수요를 높여 반도체업계에 역으로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관건은 코로나19의 지속 가능성에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관세청이 최근 발표한 3월 1~20일 수출 실적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3% 늘었다. 1년 전보다 9.4% 증가했던 지난달에 이어 3월까지 두 달 연속 ‘플러스’의 성적표를 이어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실제 올해 초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와중에도 국내 반도체 공급은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설비 자체가 높은 수준의 자동화가 구축돼 있어 중국 내 조업 제한 타격을 크게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코로나19 확산은 반도체 업계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 확산, 온라인 판매 활성화 등이 이뤄지면서 인터넷 데이터 트래픽 증가로 기업의 서버 증설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인 D램익스체인지는 올해 2분기 D램 메모리반도체와 기업용 낸드플래시 가격이 전 분기보다 각각 20%, 10~15% 상향 조정될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반도체 업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전 세계에 걸쳐 PC나 스마트폰 오프라인 판매가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반도체 시장 역시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이 최악의 경우 전년 대비 12% 이상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지난해 D램 단가 하락과 미·중 무역갈등 탓에 부진을 면치 못했던 국내 반도체 시장이 올해 상반기 반짝 회복세를 보이다 다시 침체되는 ‘더블 딥’에 직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코로나19의 지속 기간이 관건이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세가 두어 달 안에 진정되면 세계 경제의 회복세와 더불어 반도체 수요가 계속 증가하면서 반도체 경기도 호황 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진다. 현재 반도체업계 실적이 좋은 이면에는 기업들이 코로나19 극복 이후 투자 심리가 회복되면서 반도체 단가가 치솟을 것에 대비해 미리 일부 재고를 확보해 두려는 움직임이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30일 “올여름이 오기 전까지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된다면 반도체업계는 세계 경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여름까지 지속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반도체업계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특수보다 스마트폰·PC 수요 감소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나름 타 업종보다 느긋한 반도체업계도 코로나19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