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새해가 시작돼 3주간 금식기도를 했는데 도중에 경찰에 붙잡혔다. 죄목은 4가지였다. 종교법을 어기면서 종교활동을 한 것, 베트남 공산주의 사상과 체제를 비판하고 반대한 것, 의사도 아니면서 의사 가운을 입고 의사 행세를 한 것, 내가 한국에서 가정을 망치고 베트남에 와서 여러 명의 여성들과 산다는 것.
20여일간 조사를 받고 법정에 섰다. 재판장은 첫째 죄목을 조사한 결과 내가 종교법을 어긴 일이 없음을 인정했다. 당시 70여개 교회를 세웠는데 전부 허가를 받았다. 가정에서 예배를 드릴 땐 교회라는 말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법에 저촉되지 않았다.
둘째 죄목에 대해 나는 공산당 사상을 비방한 일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말씀과 예수 전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공산주의를 비판할 새가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셋째 죄목에는 내가 6개 병원을 세운 병원장인데 의사 가운을 입을 수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현지인 의사들과 동행하고 그들이 고치지 못하는 불치의 병은 기도를 통해 하나님이 고치시는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 넷째 죄목을 처음 들었을 때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눈물이 났다. 센터에 함께 사는 제자들을 첩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 아이들을 첩이라 말할 수 있나. 아이들이 들을까 겁났다.
한국에 두고 온 아내가 간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아 1999년 11월 잠시 귀국했었다. ‘주님, 이 불쌍한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통곡이 터졌다. 아내와 함께 있어야 하나, 하나님 일을 해야 하나 마음이 복잡했다. 고민과 갈등 속에 기도하는데 하나님이 마음에 강한 응답을 주셨다. “베트남에 가면 고문을 받고 핍박을 당한다. 그러나 가야만 한다. 하루에 560여명의 베트남인이 지옥으로 간다. 죽임을 당하더라도 가야만 한다.” 단호하게 결심하고 뒤돌아섰지만, 베트남에 오는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마음 한쪽은 한국에 가 있어 전화가 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다. 그때마다 “하나님 제가 베트남 선교를 할 수 있도록 가정을 지켜주세요”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그런 마음으로 사는데 중상모략까지 당하니 저들이 불쌍하고 답답했다.
재판장은 4가지 죄목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덧붙여 앞으로 교회를 세우려면 종교성을 통해 건축하라고 했다. 내가 당신네에게 돈을 주면 절반 이상 떼먹을 게 아니냐고 하자 그들도 웃었다. 한국에서 보낸 피땀 어린 돈이기 때문에 절대 허투루 쓸 수 없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그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바짓가랑이 사이로 구슬 같은 물방울들이 뜨겁게 보글보글 올라오면서 다리를 간지럽혔다. 사도행전 2장에 나오는 것처럼 강한 바람 같은 소리가 나고 불의 혀처럼 갈라지는 것들이 느껴졌다. 재판장의 무죄라는 소리가 내게는 “이제 때가 됐다. 신학교를 세워라”는 음성으로 들렸다. 그 뒤 석방됐고 2000년 9월 기적적으로 비라카미신학교가 설립됐다.
정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