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호주 프로축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선수가 속출하고 있다. 두 리그는 환태평양 스포츠 시장에서 큰 규모로 운영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미온적 대응으로 작지 않은 우려를 낳았다. 북미·유럽을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환태평양을 중심으로 가속될 위기에 놓였다.
일본 스포츠지 산케이스포츠는 29일 “주니치 드래건즈 소속 선수 15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한신 타이거즈 외야수 이토 하야타와 접촉했다”며 “주니치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야구계 대유행이 찾아올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토는 지난 27일 일본 프로야구에서 처음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한신 선수 3명 중 하나다. 지난 14일 오사카에서 함께 식사한 동료 투수 후지나미 신타로, 포수 나가사카 겐야와 나란히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자리의 동석자는 한신 선수 7명을 포함해 15명이다. 한신은 지난 26일부터 1주일간 훈련을 중단했다.
이토의 행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20~22일 2군 선수 간 경기를 동행해 주니치 홈구장 나고야 구장을 찾았다. 그 사흘간 주니치 선수 15명과 접촉했다. 주니치 구단은 이날 “2분 넘게 대면하고 대화한 선수 2명을 통상적인 잠복기(2주)인 4월 5일까지 격리 조치했다”고 밝혔다. 반면 수십초 가량 인사하고 대화한 선수·스태프 12명은 ‘비접촉’ 선수들과 시간대를 나눴을 뿐 정상적으로 훈련했다. 나머지 선수 1명은 비접촉 선수들과 같은 훈련에 편성됐다.
한국의 경우 선수 1명에게만 발열 증상이 나타나도 선수단 전체의 훈련을 중단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은 ‘확진자의 접촉자를 14일간 자가격리 조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접촉 범위와 격리 기간을 일본야구기구(NPB)보다 넓게 적용한 셈이다.
이와 비교하면 NPB의 코로나19 대응 메뉴얼은 다소 느슨하다. NPB는 확진자 발생 시 접촉자의 격리 기간을 ‘1주일 이상’으로만 명시하고 있다. 훈련 중단은 명문화도 되지 않았다. 스포츠호치는 “한신을 포함한 센트럴리그 6개 구단의 지난 27일 임시 이사회에서 ‘확진자 발생에 따른 훈련 중단 항목이 NPB 권고에 없어 접촉자를 격리한 뒤 경기를 진행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일본 안에서는 NPB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선수들부터 ‘훈련 전면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21년간 현역 신분을 유지한 세이부 라이온스의 베테랑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는 “센트럴·퍼시픽리그를 모두 포함한 12개 구단의 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스포츠닛폰은 “지금은 상황으로는 프로야구를 예정된 4월 24일에 개막할 수 없다”고 요구했다.
호주 프로축구 A리그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세에 리그를 중단하거나 개막을 지연한 아시아·유럽·미주와 다르게 지난 23일까지 경기를 진행했다. 결국 지난 27일 뉴캐슬 제츠 소속 선수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선수는 리그 중단 직전의 경기까지 출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뉴캐슬 구단은 “양성 판정을 받은 선수는 비교적 건강한 상태지만 가족과 함께 자가격리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호주축구협회와 뉴캐슬은 조치에 안일했다는 비판 여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