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기 탓 신뢰 잃은 음원 시장, 생태계 바뀔까

입력 2020-03-30 04:08

음원 차트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음원 사재기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실시간 차트의 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으며, 최근에는 사재기를 통해 상위권에 랭크되는 곡을 가리키는 신조어 ‘기계픽(pick 기계가 고른 음악)’까지 등장했다.

최근 음원 업계에선 생태계를 바꾸려는 일부 업체의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는 SK텔레콤 음악 플랫폼인 플로다. 플로는 지난 18일 실시간 차트 운영 방식을 대폭 손질한 새로운 차트 ‘플로 차트’를 선보였다. 대다수 음원 사이트는 1시간 단위의 음악 재생 횟수를 기준으로 실시간 차트 순위를 매기는데, 플로 차트는 24시간 누적 데이터를 기준으로 인기곡 순위를 정한다. 짧은 시간에 특정 노래를 계속 재생하는 사재기 수법으로 차트에 진입하는 곡들을 걸러내기 위해서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바이브’는 음원 사용료 정산 방식을 개선키로 했다. 바이브는 이용자가 낸 스트리밍 요금이 음악 저작권자(작곡가 작사가 제작자 가수 등)에게 돌아가는 방식을 도입한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그동안 음원 시장에선 이런 방식이 채택되지 않았었다. 음원 업체들은 현재 전체 음원 재생 수에서 특정 음원이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 전체 사용료를 나누는 ‘비례배분제’를 택하고 있다.

비례배분제는 차트 상위권 뮤지션에게 이익이 쏠리는 구조다. 예컨대 매달 1만원을 내는 이용자가 A라는 인디 뮤지션의 음악만 듣는다 할지라도, 이 이용자가 낸 1만원은 A가 아닌 전체 재생 횟수가 많은 차트 상위권 가수들에게 상당 비율이 배분되곤 했다. 네이버는 “아티스트에게 팬들의 응원이 보다 직접적으로 전달돼 창작 활동에 힘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플로나 바이브의 실험이 멜론이나 지니뮤직 같은 업계 선두그룹의 변화까지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인 모바일인덱스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월간활성사용자(한 달에 한 번 이상 접속하는 사용자)는 멜론(618만명) 지니뮤직(284만명) 플로(177만명) 벅스(43만명) 바이브(34만명) 순이었다.

윤동환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부회장은 “음원 사이트 시장이 공정하게 바뀌고 있는 과도기”라며 “대중들이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려는 음원 업체들의 움직임에 호응해준다면, 멜론 등 다른 음원 사이트들도 변화에 동참할 것”이라고 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