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간 거리 2m’ 코로나 지침에 소극장들 비명

입력 2020-03-30 04:07
서울시 관계자들이 지난달 6일 종로구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8일 서울 대학로의 몇몇 소극장에서는 공연이 잇따라 지연됐다. 서울시가 지난 26일 한국소극장협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한 공연장 잠시멈춤 및 감염예방수칙 엄수 협조요청’ 공문에 따라 공연 관람객 명단 작성, 입장 전 발열 등 증상유무와 최근 해외방문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느라 시간이 지체된 것이다. 일부 소극장에서는 공문에 적시된 공연장 및 공연관람시 6대 감염예방수칙이 지켜지는지 확인하러 온 서울시 공무원들을 상대로 공연계 관계자가 목소리를 높이는 장면도 목격됐다.

서울시는 앞서 공문에서 6대 감염예방수칙 조항 준수를 당부하면서 어길 경우 감염병 관련 법률에 따라 3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다고 통보했다. 또 확진자 발생 시 진단과 치료 등 비용에 구상금을 청구하겠다고도 했다. 서울시의 갑작스런 공문을 받은 후 소극장 및 제작사 관계자들은 27일 릴레이 회의를 통해 공연장에 부랴부랴 임시 문진표를 배치했다. 김용재 공연프로듀서협회 회장은 29일 “공연장 소독 실시 및 손소독제 비치, 관람객의 마스크 착용 독려 등은 이미 해오던 것인 만큼 관람객 명단과 증상유무 등을 작성하기 위한 문진표를 준비해 혼선을 최소화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번 공문에 대해 공연계는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연 시 관객 간, 객석 및 무대 간 거리 2m를 유지할 것’이라는 조항 때문이다. 보통 300석 이하 규모로 정의되는 소극장 좌석 폭은 매우 좁은 편이다. 어림잡아 좌석 한 칸당 90~100㎝ 정도인데, 규정을 대입하면 관객 사이에 2칸 이상을 비워야 한다. 결론적으로 30석 미만으로 관객을 앉힐 수 있다. 그보다 좌석 폭이 좁아 여러 칸을 비워야 하는 100~200석 규모에선 한 자리 숫자로 관객을 받아야 한다.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공연 중인 극단 프로젝트 아일랜드의 서지혜 연출가는 “그동안 방역을 철저히 하는 것은 물론 관객이 한 칸 띄어 앉을 수 있도록 110석인 좌석을 50명 이하로 예약받고 있다”며 “지침대로라면 이제 관객 10명만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공연은 예술인 동시에 배우와 스태프 등 수백여명의 생존이 걸려있는 경제 활동이다. 그래서 코로나19 발생 이후 공연계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면서 무대를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 실제로 지금까지 공연계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김관 한국연극협회 사무총장은 “소극장이 선도적으로 코로나19 방역에 최선을 다했는데, 공연이 아예 잘못된 것처럼 공문에서 ‘강행’이라 표현하고 벌금을 운운하는 것은 협박처럼 들릴 수밖에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뮤지컬 프로듀서는 “이미 예매가 이뤄진 상황에서 이렇게 갑작스럽게 따르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공문엔 정확한 기한조차 명시돼 있지 않다”면서 “정부나 지자체가 공연계와 대화를 통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