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 끈 세계 금융시장… 바닥 쳤다? 지하 있다?

입력 2020-03-30 04:01

바닥을 찍은 걸까, 아니면 지하까지 내려갈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패닉에 빠졌던 금융시장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가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향후 전망에 쏠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며 고점 대비 30% 넘게 폭락했던 주식시장은 지난주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책 발표로 소폭 반등세를 보였다. 급격한 붕괴가 우려됐던 채권 및 외환시장도 일단 안정세를 찾았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경제 충격이 반영된 각종 경제지표들이 줄줄이 발표를 앞둔 상황이라 반등을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7일 코스피지수는 1717.73에 마감하며 이달 19일(1456.64) 대비 17%가량 상승했다. 최근 두 달 새 ‘코로나 패닉’이 증시를 덮치며 36% 폭락을 기록했다가 최근 일주일 만에 낙폭의 32% 수준을 회복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지난 19일 428.35에서 27일 기준 522.83까지 반등했다. 원·달러 환율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등으로 19일(1285.7원)보다 75.1원 내린(원화값 상승) 1210.6원 수준까지 돌아왔다.

‘코로나 경기부양책’이 쏟아진 미국도 증시가 급반등했다. 미 다우존스지수는 지난 27일(현지시간) 2만1636.78에 거래를 마치며 23일(1만8591) 대비 16% 반등했다. 지난주에만 12.8% 오르며 1938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일본 홍콩 등 아시아 국가를 비롯해 유럽 국가도 공격적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비슷한 반등세를 나타냈다.

관건은 금융시장에 불어닥친 코로나19 패닉이 진정 국면에 들어섰는지다. 바닥을 다지는 단계인지, 짧은 반등을 끝내고 추가 하락에 돌입할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현재 금융권의 대세를 이루는 건 ‘2차 하락론’이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금융 시스템 위기를 막더라도 실물경제 충격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증시 조정이 끝나는 지점은 올 2분기에나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2011년 선진국 재정위기가 왔다”며 “(이번에 나온) 막대한 부양책도 장기적으로 부채 위기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반등론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증시는 바닥 형성 이후 솟아오르는 속도가 빠르다”며 “미국 회사채 시장이 안정되면서 시장 우려가 줄어들고 있어 (증시) 상승 동력이 마련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등도 하락도 아닌 ‘중립론’도 나온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탈리아와 미국 등의 코로나 확진자 수가 꺾이고 미국 하이일드(고위험·고수익) 채권 안정세가 뚜렷해질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며 “당분간 코스피는 1800선에서 박스권을 오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주 발표될 각종 경제지표가 금융시장의 향방을 보여줄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31일엔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미국의 3월 소비자기대지수와 일본, 독일 등의 실업률이 발표된다. 중국 제조업 회복세를 살펴볼 구매관리자지수(PMI)도 나온다. 다음 달 1일에는 미국의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와 국내 수출입 동향이 발표된다. 2일과 3일에 나올 미국의 3월 넷째주 실업수당 청구 건수와 비농업 신규 고용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