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비해 남성이 코로나19에 더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스페인 공공보건 연구기관인 카를로스 3세 보건연구원이 코로나19 증세가 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높게 나타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지난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 환자가 여성에 비해 격리비율(59%), 중환자실 입실비율(72%), 사망비율(65%) 등 중증을 나타내는 모든 지표에서 압도적인 수치를 보였다. 스페인 보건 당국 관계자는 ‘성별 격차(gender divide)’가 코로나19 감염 초기부터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고열, 기침, 호흡곤란 등 코로나19 초기 증상이 남성에게서 더 자주 발현되며, 남성 환자는 폐렴, 급성호흡곤란증후군, 신장계 이상 등 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 또한 높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스페인에서 발생한 2만648명의 확진자와 722명의 사망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토대로 코로나19 고위험군을 성별 등 추가 변수를 고려해 재정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코로나19에 더 취약하다는 분석은 스페인에서 처음 나온 게 아니다. 전체 확진자 중 남성의 중환자실 입실비율을 조사한 결과 프랑스(73%) 노르웨이(75%) 영국(71%) 등에서도 비슷한 경향성이 확인됐다. WP에 따르면 미국 또한 성별이 확인된 사망자의 60%가 남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각에서는 남성이 코로나19에 더 취약한 원인으로 흡연을 지목한다. 여성에 비해 남성 흡연율이 높기 때문에 이 같은 편차를 만들어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조사한 스페인의 남녀 흡연율은 각각 31%, 27%로 차이가 거의 없다. 사브라 클레인 미 존스홉킨스의대 공공보건학 교수는 “남녀 간 흡연율 격차는 스페인보다 중국이 더 큰 반면 중증 발현도 차이는 오히려 중국이 낮다”며 “흡연율과 성별 간 인과관계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성별에 따른 유전적 특성이 거론된다. 여성에게만 존재하는 X염색체가 보다 강한 면역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엔젤라 라스무센 컬럼비아대 바이러스학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코로나19가 중증으로 발현하는 데 있어 성별 간 차이가 생물학적 특성에 기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