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원이면 교회 자체방역 가능합니다”

입력 2020-03-30 00:03
국제방역사업단 손병찬 목사(왼쪽)가 지난 24일 인천 서구 석남동 성문교회 사람들과 함께 인근 지역 방역봉사를 하고 있다. 인천=강민석 선임기자

국제방역사업단 손병찬(52) 목사가 힘차게 연막기를 돌렸다. 굉음과 함께 연기가 나왔다. 지난 24일 인천 서구 석남동 성문교회(김도태 목사)에서 만난 손 목사는 방역 작업으로 분주했다.

“자, 먼저 ‘전체 분무조’가 들어갑니다. 바닥 위주로 뿌려 주시고요. 뒤이어 ‘집중 분무조’가 들어갑니다. 손 닿는 곳 위주로 뿌려주세요.”

손 목사의 지휘 아래 흰색 방역복을 입은 사업단 멤버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들이 1차 방역을 마치고 나오자 손 목사가 들어갔다. 손 목사는 예배당 전체에 연막을 뿌리며 2차 방역을 했다.

사업단의 성문교회 방역은 이번이 세 번째다. 김도태 목사도 소형 연막기를 들고 사업단과 함께 움직였다. 김 목사는 “손 목사에게 방역 노하우를 배웠다”며 “주 1회꼴로 사업단을 부르고, 그 외는 매일 자체적으로 방역을 한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다문화선교 사역을 하던 손 목사가 방역에 뛰어든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다. 지난달 19일 소독업 허가를 받고 이달 초 사업자등록을 마쳤다. 겉보기엔 신생 방역업체지만, 손 목사는 지난 5년간 나름 방역 관련 노하우를 쌓아 왔다. 선교 사역과 별개로 전해수 보급 사업을 해온 그는 한 전해수 업체의 국내외 판매를 도맡다시피 했다.

손 목사가 취급한 전해수는 차아염소산나트륨으로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 인증한 소독제다. 전해수로 만든 차아염소산나트륨은 락스의 성분인 약품식 차아염소산나트륨과 비교해 살균력은 좋고 유해성은 훨씬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 목사는 “전해수가 방역에 좋다. 4년 반 이 일을 하면서 인프라를 확보해 방역사업을 빠르게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목사가 하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가질까 봐 사업자등록과 함께 차아염소산나트륨 제조 허가도 받았다”고 말했다.

방역사업 첫 주엔 하루 5곳 넘게 의뢰가 들어왔다. 지난주 들어선 분위기가 바뀌었다. 아예 교회를 폐쇄하는 곳이 많아 찾는 곳이 줄었다. 손 목사는 “교회들 얘기를 들어보면 정부가 집회(예배) 조건으로 내건 예방수칙 중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방역이었다. 대부분 어떻게 하는지 모르다 보니 문을 닫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특히 작은 교회 예배가 위축되지 않도록 돕고 싶다”고 전했다.

손 목사는 작은 교회들도 자체적으로 방역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용은 커피 한잔 값도 안 된다. 그는 “직접 소독제를 만드니 훨씬 저렴하게 방역할 수 있다. 165㎡(50평) 기준 3000원 정도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손 목사는 교회가 안으로만 움츠리지 말고 지역사회 방역의 중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성문교회는 이날 지역 방역활동을 펼쳤다. 미리 섭외한 곳 위주로 방역을 했지만, 이를 본 주민들의 방역 요청이 잇따랐다.

손 목사는 “교회가 피동적이어선 안 된다. 능동을 넘어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며 “교회가 지역사회 방역까지 신경 쓴다면 여론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