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덮친 美, 실업수당 328만건 신청… ‘역대 최대 수준’

입력 2020-03-27 04:0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에서 ‘실업대란’ 공포가 현실화됐다. 미국 노동부는 26일(현지시간) 3월 셋째 주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328만건으로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주일 전인 3월 둘째 주(28만1000건)보다 10배 이상 폭증한 규모다. 종전 기록은 1982년 당시 69만5000건 수준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불어닥친 고용시장의 한파가 실물 경제지표로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란 위대한 ‘일자리 기계’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갑자기 멈춰버렸다”고 보도했다.

실업률은 미국 경제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로 통한다. 지난달 미국 실업률은 3.5%로 60년대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신규 일자리 수도 113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미국 내 코로나 확산으로 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지면서 소매·여가 및 음식점 등 업종과 시간제 근로자를 중심으로 실업이 폭증할 거란 우려가 불거졌다.

그리고 실제 결과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가장 최악의 상황’이라고 예상하던 400만건에 근접한 수치로 나타났다. 미셸 마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경제실장은 블룸버그를 통해 “실업수당 신청 건수의 급증은 이번 경기침체의 심각성과 특이한 본질을 보여준다”며 “앞으로 몇 주간 매우 높은 수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노동부의 발표 약 1시간 뒤 개장한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1.39% 오른 2만1494.61로 출발했다. 25일 역대 최대 규모인 2조2000억 달러(약 2705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미 상원을 통과한 데다 실업대란 우려가 숫자로 나타나면서 불확실성이 조금이나마 해소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이번 부양책을 통해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미국인들에게 1인당 최대 1200달러를 지급한다. 실업자를 위한 실업보험에도 2500억 달러를 쓴다는 계획이다.

한편 글로벌 고용대란 우려 속에 국내 코스피지수는 26일(한국시간) 18.52포인트(1.09%) 내린 1686.24에 장을 마쳤다. 한국은행이 ‘한국판 양적완화’를 선언하고 미국의 경기부양안이 상원을 통과하는 등 호재가 겹쳤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쏟아지며 다시 1700선이 무너졌다.

다만 코스닥은 10.93포인트(2.16%) 오른 516.61로 종료했다. 코로나19 진단시약 개발·생산업체 씨젠이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바이오·제약주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리며 상승 마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