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의 한 식당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규모 일반 식당은 사회적 거리두기나 마스크 착용을 할 수 없는 환경이라 바이러스 노출에 취약하다. 여기에 종업원이 감염원이라면 음식을 통한 간접감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식당에도 세부 방역 지침이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26일 경북도와 방역 당국 등에 따르면 경주 성건동의 한 꼬치구이 식당에서 모두 20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져 나왔다. 주인 A씨(59·여)가 지난 15일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이 식당을 찾았던 손님들을 중심으로 2, 3차 감염이 이어진 것이다. 이 식당에선 역학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식당이 감염 ‘사각지대’로 꼽히는 이유는 기본적인 방역 수칙조차 지키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2인 이상이 식탁 하나를 두고 식사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거리두기가 힘들다. 마스크도 쓸 수 없는 데다 음식을 통한 비말 감염 위험도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 감염내과 교수는 “음식이 펄펄 끓는 정도가 아니면 바이러스가 죽지 않기 때문에 식당 종업원이 감염됐을 경우 비말이 음식이나 취사도구에 묻어 간접감염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지난 22일 ‘직장에서의 개인행동 지침’을 사업장에 배포했다. 사무실에서 컵·식기 등 개인 물품을 사용하기, 마주 보지 않고 일정 거리를 두고 식사하기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개별 식당에 대한 세부지침은 아직 없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브리핑에서 “식당과 관련돼선 아직까지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의 중점 업종으로 제시하진 않았다. 하지만 소규모 식당에서 어떻게 방역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부분은 지금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2, 3차 감염 우려도 크다는 것이다. 일반 식당은 CCTV 등 접촉자를 추적할 수단이 부족하다. 감염 전파고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없어 지역 감염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
전문가들은 식당에서도 방역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강남의 한 식당도 지난 1월 확진자 방문 이후 일시적으로 폐쇄했던 것처럼 식당 감염 우려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상존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일반 식당에도 여러 기관에서 하는 것처럼 4인 테이블에서 대각선으로 앉기, 옆으로 일렬로 앉기, 한 칸씩 띄어앉기 등 자세한 가이드라인이 제공돼야 한다”며 “특히 종업원은 증상이 의심되면 집에 머물면서 상태를 살피는 자발적인 방역 행동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계산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식당에서 계산할 때도 접촉이 이뤄지지 않도록 모든 식당에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며 “이런 식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창의적 논의가 식당뿐만 아니라 전 사업장에서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