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절벽에… 부도·해고 위기서 신음하는 中企

입력 2020-03-27 04:06

“학교가 주요 수요처인데 졸업식을 안 하고 개학이 연기되면서 수요가 거의 없어졌어요.” 여기까지만 들으면 급식업계나 화훼업계 정도가 떠오를 것이다. 개학이 미뤄지고, 대학도 온라인 개강으로 대체되면서 심각한 어려움을 토로한 이는 사진업계 종사자이다.

인쇄업계에서도 개학 연기의 파고를 고스란히 맞고 있다. 이처럼 그동안 부각되지 않았던 전국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이야기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전국 6개 지역에서 7차례 가진 ‘코로나19 관련 긴급 중소기업 간담회’ 곳곳에서 쏟아졌다.

강원도에서 지난 23일 진행된 간담회에서 김광수 사진앨범조합 이사장은 졸업 취소와 개학 연기로 수요 급감을 털어놓으며 “여권 사진 수요까지 줄면서 타격이 이만저만 아닌데 사진업계의 어려움을 정부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남수 서울인쇄조합 이사장도 “개학·개강이 지연돼서 교재 등 인쇄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일이 없다”고 했다.

전국 각지에서 행사가 취소되면서 이벤트 산업과 공예 산업도 타격을 입고 있다. 하지만 두 업계는 사진업계나 인쇄업계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지정한 특별고용 위기업종에 해당되지 않는다. 라형태 대전공예조합 이사장은 24일 충청권 간담회에서 “공예품은 행사 기념품으로 판매했으나 코로나로 행사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한국이벤트산업협동조합은 26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정부의 특별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각종 전시회와 행사가 취소되면서 일거리가 없어졌지만 행사대행업은 산업 관련 법률이 없고 주무 부처도 명확하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김만연 고속도로휴게소하이숍조합 이사장은 부도 직전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경북 인근 지역은 90% 이상 매출이 줄었다. 인건비와 납품대금을 못 치러 부도 직전”이라며 “영세상인한테는 직접 혜택이 돌아오도록 휴게소 수수료를 대폭 인하하거나 면제하는 방안을 고려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간담회 현장에서 만난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직원의 휴직과 해고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황인환 서울자동차정비조합 이사장은 “취약계층, 휴직자 지원 등 정부지원 제도가 많지만 사업자는 추가 부담금과 퇴직금 부담도 있다”고 말했다. 김호균 급식조합 이사장은 “학교 개학 연기로 급식업계는 거의 휴업 상태다. 정규직 인건비가 계속 지출되고 있어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 경우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활용하면 해고를 하지 않고도 회사의 인건비 부담을 덜 수 있다. 제도는 있지만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였다. 간담회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제도와 정책을 알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마스크로 인한 어려움도 나왔다. 콘크리트 업체나 식료품 업체들은 마스크가 절실한데 제때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방진마스크와 방진복이 필요한데 수급에 애로가 많다”(최현상 서울콘크리트조합 이사장) “위생용 마스크가 매일 필요하다. 코로나 사태 전보다 구매단가가 10배 상승해서 부담된다”(김홍교 대전세종충남연식품조합 이사장) 등이었다.

이에 대해 강현철 광주고용노동청장은 “51인 미만 사업장은 고용부에서 방진마스크를 지원하니 산재예방과에 신청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중기중앙회는 ‘코로나19 관련 긴급 중소기업 경영 실태 조사’도 벌였다. 407개 중소기업 가운데 64.1%가 직간접적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응답 기업의 42.1%는 ‘3개월 이상 감내할 수 없다’고 했다.

정진영 문수정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