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에서 수십명의 여성을 협박해 성착취 동영상을 만들고 유포한 조주빈(25)씨는 전 국민 앞에 선 자리에서도 반성하는 모습을 일절 보이지 않았다.
조씨는 25일 오전 8시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분노한 시민들과 취재진 앞에 섰다. 그는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본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죄를 드립니다.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조씨는 ‘혐의를 인정하느냐’ ‘미성년자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은 채 차량에 올라탔다.
목에 플라스틱 보호대를 착용한 그는 목을 꼿꼿이 세우고 있어 인면수심 범죄를 저지르고도 사과조차 하지 않는 뻔뻔함이 더 도드라졌다. 경찰은 “본인이 자해하다 발생한 부상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17일 새벽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볼펜을 삼키고 이마로 유치장 세면대를 들이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에 실려갔을 당시 목도 아프다고 해서 보호대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씨 정수리에 붙어 있던 반창고도 자해 당시 발생한 상처 때문이라고 한다.
맨발에 슬리퍼 차림이었던 지난 19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 때와 달리 이날 조씨는 말끔한 차림이었다. 100여명의 취재진과 카메라 앞에서도 긴장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발언을 할 때도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했다.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질 때는 쏟아지는 관심을 즐기는 듯 간혹 입꼬리가 올라가기도 했다.
조씨의 모습이 공개된다는 소식에 시민과 시민단체 회원 등 30여명이 이른 아침부터 종로경찰서를 찾았다. 시민들은 반성하지 않는 조씨의 모습에 분노를 쏟아냈다. ‘조주빈에게 법정최고형 선고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던 20대 여성 이모씨는 “(조씨가) 평생 감옥에서 썩었으면 좋겠다”라고 격분했다. 이어 “그렇게 해도 피해자들의 아픔을 치유할 수 없다”며 울먹였다. 다른 20대 여성 신모씨도 “피해자만큼 영원히 고통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씨가 1분여 만에 종로서를 빠져나가자 일부 시민은 허탈함에 한참 자리를 뜨지 못했다.
조씨 신병은 검찰로 넘어갔지만 경찰은 조씨의 여죄와 공범 그리고 ‘박사방’의 유료 회원들에 대한 수사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또 수십억원대의 금전이 오갔다는 분석이 제기된 조씨의 범죄수익도 추적 중이다.
한편 조씨 측 변호인은 이날 사임계를 냈다. 조씨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에 부담감을 느껴 사임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씨 사건을 수임했던 법무법인 오현 측은 “조씨 가족으로부터 사건을 의뢰받은 뒤 선임계를 내고 조씨와 접견해 사안을 파악했는데 가족들의 설명과 직접 확인한 사실관계가 너무 달랐다”며 “더 이상 변론을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조씨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만큼 조씨가 변호인을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강보현 나성원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