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뛰어가고, 특명을 내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에 기업 총수들이 앞장서고 있다. 접근 방식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생존을 위한 체질 변화를 요구하는가 하면 불안해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안심시키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5일 삼성의 인공지능(AI)·양자컴퓨터 등 차세대 원천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핵심 조직인 경기도 수원 삼성종합기술원을 방문하며 현장경영 행보를 이어갔다. 이 부회장은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미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국민 성원에 우리가 보답할 수 있는 길은 혁신”이라며 “한계에 부딪혔다 생각될 때 다시 한 번 힘을 내 벽을 넘자”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 부회장은 연구원들과 간담회를 통해 신기술 연구개발 현황을 보고받고, 미래 전략을 점검했다. 앞서 지난 3일 구미사업장, 19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 방문 때는 “힘들겠지만 잠시도 멈추면 안 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 달 넘게 재택근무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계열사별 생존 조건 확보를 주문했다. 지난 24일 화상으로 열린 SK수펙스추구협의회 회의에서 최 회장은 “모든 관계사들이 기존 관행과 시스템 등을 원점에서 냉정하게 재검토해 달라”며 “시장의 어려움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각 사는 스스로 생존을 위한 자원과 역량 확보는 물론 투자자들에게 지속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얻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 상황과 같은 위기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만큼 피해를 막기 위한 안전망 확보도 주문했다. 최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가중되는 걸 보면서 그동안 SK가 짜놓은 안전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잘 버텨보자’ 식의 태도를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씨줄과 날줄로 안전망을 짜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비상경영회의를 소집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 상황이 예상되는 만큼 우리의 비즈니스 전략을 효과적으로 변화시켜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경제가 요동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룹 계열사들이 국내외 상황을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사업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에 체류 중인 신 회장은 지난 24일 화상으로 롯데지주와 BU(Business Unit) 주요 임원진과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상황 극복 전략에 대해 이같이 논의했다. 롯데그룹은 지난 1월 코로나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며 이번 회의는 신 회장의 별도 지시로 이뤄졌다.
신 회장은 또 “직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불경기 상황이 심화하면서 구조조정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자 직접 안정성 강화를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경제위기 극복 방안을 발표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25일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실물과 금융의 복합 위기, 퍼펙트 스톰의 한가운데 우리 경제가 놓여 있다”며 “방역만큼이나 경제 분야에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요 안건들로 한시적 규제 유예, ‘원샷법’ 적용 대상 확대 등을 언급했다. 주52시간 근로 예외 확대, 대형마트 휴일 영업 허용 등의 규제를 최소 2년간 유예하고, 기업이 사업 재편을 할 경우 절차 간소화 등의 특례를 부여하는 내용이다.
김성훈 권민지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