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청년층과 1인 약국에 모두 큰 타격을 줬다. 아르바이트 청년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고, 약사들은 마스크를 사기 위해 밀려드는 손님 때문에 애를 먹었다. 이때 부산시청이 신선한 일자리정책 하나를 내놓았다. 청년과 약사의 만남, 바로 ‘청년 공적 마스크 배부 약국 지원사업’이다. 부산 지역 1인 약국 약 250곳에 청년 아르바이트생 250명을 보내 공적 마스크 판매를 돕는 사업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약국에서 일할 청년을 모집합니다.’ 공고문을 올리자마자 문의전화가 폭주했다. 호평도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산소호흡기 정책!!! 부산 청년도, 동네 약국도 이제 숨 돌릴 듯” “우리 지역에서도 추진해줘라” “똑똑한 정책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괜찮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도대체 이런 기발한 생각은 누가, 어떻게 하게 된 걸까. 국민일보는 지난 23일 부산시 청년희망정책과 청년일자리단장 김소영 팀장을 통해 사업의 구상부터 진행까지 설명을 들었다. 김 팀장에 따르면 사업 아이디어는 코로나19 관련 기부금의 배부 방향을 논의하는 부산시청 간부회의를 거쳐 착안됐다. 코로나19 사태 후 부산 기업을 중심으로 거액의 기부금이 모였고, 이 돈의 사용방법을 놓고 부서별 공모를 하는 과정에서 폭넓은 논의 끝에 결정됐다는 설명이다.
김 팀장은 “그동안 대한약사회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에게 여러 차례 공적 마스크 판매와 관련해 인력지원을 요청했다. 공무원을 파견했지만 많은 고객을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다른 한편에서는 중소 상권이 무너져 청년 아르바이트생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많았다. 일손이 필요한 약국과 일자리가 필요한 청년, 이들이 만나면 시너지 효과를 낼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관심이 얼마나 뜨거웠는지는 마감 속도가 보여준다. 신청은 지난 23일 오전 10시부터 부산일자리정보망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이뤄졌는데 단 12분 만에 마감됐다. 김 팀장은 “부산시에 거주하는 만 19~34세 청년이 대상이었다. 1인 약국에 인력을 배치하다 보니 그에 맞게끔 지원자 수를 제한해 규모가 작아 아쉽다”며 “가끔 ‘해고된 알바생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질문하는 분들이 있는데 시에서 그 부분까지는 확인할 수 없어서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파견된 청년들은 약국에서 신분증 확인, 마스크 소분 및 판매, 홍보물 배부 등의 업무를 하게 된다.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하루 3시간씩 주6일, 총 24일간 근무하며 시급은 부산시 생활임금을 적용해 시간당 1만186원 안팎이 제공된다.
김 팀장은 “경제적으로 코로나19 탓에 단기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청년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를 바란다”며 “더불어 청년들이 국가위기 상황에서 자신이 보탬이 됐다는 자부심 같은 것도 얻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지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