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험, 출근 마세요” 대한항공 신입사원 입사 연기

입력 2020-03-26 04:03

대한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지난해 말 채용한 2020년도 신입사원의 입사를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회사는 대면 교육 과정에서 감염 위험이 있어 입사를 연기했다고 했지만, 과거 외환위기 당시 기업들이 경영 악화를 못 이기고 채용 및 발령을 줄지어 취소하던 모습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2020년도 정규직 입사자 70여명에게 ‘입사 일정이 잠정 연기됐다’고 최근 통보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9~12월 공개 채용에서 최종 합격한 일반직, 기술직, 전산직 분야 신입 직원이다. 당초 지난달 입사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다음 달로 한 차례 연기됐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존 직원들도 감염 우려에 재택 근무를 하는 상황에서 신입사원들이 현장 교육을 받거나 연수를 가는 건 어렵다고 판단해 입사시기를 더 늦추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중순 한 SK하이닉스 신입사원이 신입교육을 받던 중 접촉자로 분류돼 교육장이 폐쇄되고 직원 280여명이 자가격리 조치된 적이 있었는데, 이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입사를 연기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안정 국면에 접어들 때 입사 일정을 잡을 예정”이라며 “입사가 취소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대한항공의 입사 연기를 신호탄으로 코로나19의 타격을 받은 기업들이 연이어 예정됐던 채용을 미루는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실제 취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경영이 악화돼 입사가 취소됐다’는 내용이 담긴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다만 대한항공을 제외하고 입사를 연기하거나 취소를 검토 중인 대기업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은 다음 달부터 부사장급 이상은 월 급여의 50%, 전무급은 40%, 상무급은 30%를 경영 상태가 정상화할 때까지 반납하고 유휴자산을 매각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