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들의 무소속 출마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지역에서 다져놓은 텃밭이 당이 아니라 후보 개인에게 향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당 입장에서는 표가 갈려 오히려 상대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우려로 무소속 출마를 강하게 만류하지만, 이마저 쉽지 않다. 이른바 ‘이 지역에서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인식 탓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서울 동대문을 민병두, 금천 차성수, 경기 의정부갑 문석균 후보 등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민 의원은 본선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은 장경태 청년위원장, 미래통합당 이혜훈 의원과 맞붙는다. 다만 그는 “1위가 될 것 같지 않으면 민주당 청년후보를 몰아주겠다”며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민주당은 무소속 후보 출마 지역에 당 차원에서 총력 지원을 하며 압박하는 중이다. 민주당은 24일 서울 금천에 공천받은 영입 인재 최기상 전 부장판사의 출마 회견에 우상호, 남인순 의원이 참석해 힘을 실어줬다. 경기 의정부갑에 공천받은 영입 인재 오영환 전 소방관을 향해서도 이해찬 당대표가 나서서 “당이 전적인 지원을 하겠다. 문석균 후보가 당선돼도 복당은 불가하다”고 못박은 상태다.
이외에도 민주당에서는 유영록 전 김포시장, 노관규 전 순천시장이 공천을 못 받자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경기 김포갑에선 유 전 시장과 김주영 전 한국노총 위원장,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은 노 전 시장과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이 민주당 전현직 당적으로 경쟁한다.
통합당에서는 영남권 지역 후보들의 무소속 출마가 잇따랐다. 대구에서만 수성을 홍준표, 북갑 정태옥, 달서갑 곽대훈 후보가 통합당을 탈당했다.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김태호, 강원 강릉 권성동 후보도 무소속 출마하기로 했고, 경남 진주을 김재경 의원도 무소속 출마를 결심했다. 홍 전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황교안 대표는 정치를 모른다. 내가 양산에서 이길까 싶어 쫓아냈다”고 거듭 날을 세웠다.
인천 동·미추홀을에선 안상수 의원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한 윤상현 의원을 검찰에 고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안 의원은 윤 의원이 탈당하면서 당원 2650명이 동반 탈당했다고 홍보했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정당법 위반과 허위사실 공표 등으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구민들을 기만하고 선거 공작을 한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양당 지도부는 무소속 출마자의 복당 금지 등 강경 대응에 나선 상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영구 제명’ 원칙을 밝혔고, 황교안 통합당 대표도 앞서 “소탐대실해선 안 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번 총선이 문재인정부 4년 차에 대한 평가에 따라 여야 지지율이 팽팽히 맞서는 형국인 만큼 무소속 출마자가 전체 판세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무소속 출마자들은 본인 강세 지역에서 나오는 것이라 판세를 흔들긴 어렵다. 다만 총선 이후 야권 재편 과정에서 홍준표 전 대표를 필두로 한 견제세력이 등장하는 등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을 겨냥한 심판론에 힘을 싣기 위해 한쪽 당에 표를 몰아주겠다는 목소리가 많다”며 “당을 보고 찍는 추세가 이번 총선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심희정 이현우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