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의 시선이 서민을 향하고 있다. 스타 가족의 일상, 먹방, 오디션 같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다 지금은 소소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은 여러 시민의 고민을 담는다. 주인공은 이들이 털어놓는 사연이고 연예인은 이를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주로 이런 사연이 등장한다. 결혼해야 하는데 비자 승인이 안 됐다거나, 틱 장애로 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다거나, 친구 때문에 전 재산을 사기당했다는 식이다.
제작진이 고민을 선정할 때 고심한 흔적들이 엿보인다. 절대 특별하지 않은, 누구나 겪을 수 있고 들어서 알고 있을 법한 이야기다. 이를 사회 문제와 적절하게 섞어 시청자도 함께 고민하고 생각할 시간을 준다. 얼마 전 혼전임신을 했다는 20대 초반 연인에게 MC 서장훈은 “잘못한 게 하나도 없지 않으냐”고 말해 큰 공감을 불러오기도 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도 대표적인 서민형 예능이다. 최근 방송에서 백종원이 흘린 눈물을 통해 프로그램의 방향을 새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성실하기로 유명했던 칼국수 가게 사장님이 요즘 가게에 나오지 않는다는 정보를 입수한 제작진은 근황을 추적했다. 그는 암 투병 중이었다. 백종원을 영상통화로 마주한 사장님은 항암 투병 중인 모습을 보이기 싫다며 계속 얼굴을 가렸다. 그러면서도 “괜찮다”며 웃었다. 백종원이 말을 잇지 못하자 사장님은 “아유, 대표님 괜찮아요. 건강해요. 사랑해요. 이렇게 웃고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백종원은 눈물을 훔치며 “참, 진짜 거지 같네”라고 읊조렸다. 그의 말은 한평생 성실하던 소시민에게 닥친 병마를 안타까워하는 시청자의 마음이자 이 프로그램의 방향이었다. 자영업자의 애환을 듣고 이를 더 나은 방향으로 짚어주면서 결국엔 소시민이 잘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 그게 이 방송의 목적이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도 새로운 시즌을 선보이면서 애환을 담았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구로 달려간 간호사의 미소에 MC 유재석이 무너졌다. 그가 그곳으로 달려가기까지 무수한 고민이 있었다는 것을, 사투를 벌이며 힘겹게 버티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지만 간호사는 연신 “괜찮다”고 했다. 그의 씩씩함에 유재석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MBC ‘구해줘 홈즈’는 연예인이 바쁜 현대인의 집을 대신 구해주는 부동산 예능이다. 삶에서 집이라는 공간은 큰 역할을 차지한다.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면서 삶의 기반을 지탱해주는 터전이다. 이런 공간을 원하는 의뢰인이 ‘2억, 전세, 강남에서 대중교통으로 1시간, 서재가 있었으면 좋겠음’ 같은 조건을 내놓으면 여기에 맞는 집을 연예인이 구해준다. ‘구해줘 홈즈’의 인기 비결은 여기에 있다. 이사를 위해 발품 팔 시간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현대인은 원하는 조건에 꼭 맞는 집이 등장하는 순간 대리만족을 느끼고,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도 함께 얻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은 더 이상 연예인이 나오는 토크쇼를 보고싶어하지 않는다”며 “연예인이 아니라 일반인의 이야기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흐름이 바뀌니 방송에서 연예인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일반인을 소개하고 도와주는 가이드 역할”이라며 “일반인이 등장하는 예능의 형식은 크게 두 가지다. ‘골목식당’ ‘구해줘 홈즈’ 같은 솔루션 제공 예능과 ‘유 퀴즈’ ‘물어보살’ 처럼 일반인을 직접 만나는 형식”이라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