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빈(25)씨는 두 얼굴을 가진 악마였다. 텔레그램에서 ‘박사’로 불린 그는 보육원에선 ‘주빈쌤’이라 불렸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70여명의 여성을 협박해 가학 행위를 지시하고 촬영해 채팅방에서 돈을 받고 파는 동안에도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대학시절에도 성실한 학생이었다.
그가 겉으로 보기엔 멀쩡한 삶을 살아온 이력이 알려지면서 상반된 모습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조씨를 능동적으로 자신의 사회성을 감춰온 ‘능동적 사회성 위장자’로 분석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신병을 앓는 사람에게는 겉으로 드러나는 사람과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숨기고 있는 사람 두 종류가 있다”며 “조씨는 후자”라고 설명했다. 공 교수는 “의식 자체가 병들어 있지만 외부적으로는 정상적인 사람이란 착각을 주기 쉽다”고 덧붙였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도 “이런 사람들을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람이라 지칭할 수 없다. 단순히 특이성이 표출되지 않은 것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조씨가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맹신해 악랄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정보통신학과 출신으로서 스스로 기술을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고 텔레그램이라는 프로그램의 익명성과 보안성에 대해서도 확신했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텔레그램 우회를 시도하고 비트코인으로 참여를 이끌어내는 등 지식을 활용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담자에서 주동자가 되기까지 몇 개월에 걸친 학습효과가 범죄의 잔인함을 더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조씨는 참여자로 있다가 ‘갓갓’ 못지않게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 가담자로 활동하다 이게 수익모델이 되고 잘 들키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 주동자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성도착증 환자였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이 교수는 “성도착증 환자였다면 박사방 운영 이전 청소년기부터 성향이 보였을 텐데 관련 전과가 없다”며 “경제적 목적이 가장 크지 않았을까 싶다”고 분석했다. 배 교수도 “이 범죄는 성범죄라기보다 가학범죄”라며 “자기가 직접 강간, 추행을 한 게 아니라 여성을 철저히 노예화시키는 범행수법을 봤을 때 성욕보다는 지배욕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봤다. 반면 공 교수는 “변태적 가학 성향을 소유한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