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사진) 경기도지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도민 1364만명 전원에게 1인당 1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했다. 소득, 나이 등 어떤 조건도 따지지 않는 광역 지자체 단위의 첫 ‘보편적 재난소득’ 사례다. 보편적 지원으로 형평성은 확보했지만 막대한 재정 투입에 비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이 지사는 24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맞게 된 역사적 위기 국면에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며 재난기본소득 지급 계획을 밝혔다.
다음 달부터 도민 1인당 10만원씩, 4인 가족 기준 40만원을 재난기본소득으로 지급한다. 지급 대상은 2020년 3월 23일 24시 기준시점부터 기본소득 신청일까지의 경기도민이다. 다음 달부터 거주하는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신원 확인만 하면 가구원 모두를 대리해 전액을 신청, 즉시 수령할 수 있다. 성년인 경우 위임장을 작성해야 한다. 단기간 전액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지급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소멸하는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경기도 예산 1조3642억원이 투입된다. 재난관리기금 3405억원과 재해구호기금 2737억원, 자동차구입채권 매출로 조성된 지역개발기금 7000억원과 지난주 발표한 극저신용대출 사업비 1000억원 중 500억원을 삭감해 마련했다. 이 중 재난·재해구호기금은 홍수·태풍 등 재난 발생 전후 인프라 설치, 이재민 지원을 위해 수년 동안 적립한 금액이다. 앞으로 세수 일부를 꾸준히 적립해 메워야 한다.
경기연구원은 1인당 1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시행했을 때 생산유발효과는 1조1235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6223억원, 취업유발효과는 5629억원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지사는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이 국가 차원의 기본소득 도입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미증유의 경제위기는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도입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며 “소액이고 일회적이지만 국가 차원의 기본소득 논의의 단초가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들이 앞서 발표한 ‘선별적’ 재난기본소득에 비해 효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처럼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이들을 우선 지원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산업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업종별·부문별 피해 편차를 고려해 주요 피해 업종과 계층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총선을 앞두고 일회성 ‘복지 포퓰리즘’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 사이에서도 보편적·선별적 지원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13일 전주시가 선별적 재난기본소득 시행을 발표한 뒤 지자체들은 경쟁적으로 비슷한 정책을 내놨다. 하지만 울주군이 지난 23일 군민 22만2256명 전체에 1인당 10만원씩 지급한다고 발표하면서 보편적 재난소득 도입에 불을 지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