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무너져가는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을 떠받치기 위해 100조원 규모의 긴급 부양책을 꺼내들었다.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58조원을 쏟아 붓는다. 기업과 시장의 ‘돈맥(脈)경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동원한다. 증시 부양을 위한 증권시장안정펀드도 10조원 넘게 조성하기로 했다. 코로나발(發) 경제위기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한 실물경기 위축을 불러올 거라는 위기감이 반영된 조치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이 같은 긴급자금 투입 방안을 밝혔다. 지난 19일 1차 회의에서 도출된 금액(약 50조원)보다 수혈 규모가 배가량 늘었다.
먼저 ‘기업 살리기’를 위해 총 58조3000억원이 투입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소기업(29조2000억원)을 비롯해 중견기업 및 대기업(29조1000억원)까지 지원 범위가 넓어졌다. 실물경제 위기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범위를 넘어 중견·대기업까지 위험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지역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은 물론 시중은행까지 자금 지원에 총동원된다. 다만 대기업 지원에는 ‘자구 노력’이 단서로 붙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민이 납득할 만한 자구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채 등 기업의 자금 조달 시장을 지원하기 위한 채권시장안정펀드도 20조원으로 기존 계획(10조원)보다 크게 늘었다. 일단 10조원을 조성한 뒤 추가 수요가 있을 때마다 늘려가는 ‘캐피털 콜(Capital call)’ 방식으로 공급된다. 일시적 자금 경색에 빠진 기업을 위해선 4조1000억원을, 증시 침체 등으로 자금난을 겪는 증권업계엔 5조원을 지원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펀드 규모가 예상보다 크고, 시점도 나쁘지 않다는 게 시장 전반의 평가”라고 전했다.
주식시장 안정 방안으로 내놓은 증권시장안정펀드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5대 금융지주 등 민간 금융회사를 위주로 10조7000억원을 조성하지만 증시 부양 효과는 미미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인 매도세만 받쳐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민간 자금을 동원해 정부가 생색을 낸다는 지적도 있다. 은 위원장은 “채권·증권시장안정펀드를 4월 초부터 본격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조민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