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이 550조원을 넘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당초 546조8000억원을 계획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변수가 되고 있다. 올해 1차에 이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도 시행되면 재정 여력이 소진돼 내년에 큰 지출을 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사태가 장기화되면 내년에도 어쩔 수 없이 돈을 많이 써야 한다. 코로나 사태 진정 여부에 예산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기획재정부는 24일 ‘2021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 및 기금운용계획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역동경제, 혁신성장, 포용사회, 안전 등 4대 과제를 중심으로 예산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편성 시작 단계라 총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중기재정운용계획’을 참고하면 내년 예산안 규모는 546조8000억원이다. 올해(512조3000억원) 대비 약 6% 증가한다.
그러나 계획대로 될지 아직 불투명하다. 정부의 재정운용계획이 코로나19로 모두 틀어지고 있어서다. 정부는 올해 예산을 512조원으로 책정했지만 이달 1차 추경으로 11조7000억원을 더 쓰기로 했다. 그리고 4월 총선 이후엔 2차 추경 가능성이 있다.
돈을 더 쓰면 당연히 계획보다 재정 상태가 나빠진다. 정부는 2023년까지 국가채무비율을 46.4% 아래로 관리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1차 추경에 이어 2차 추경이 대규모로 이뤄지면 ‘빚’이 늘어나 국가채무비율은 대폭 오를 수밖에 없다. 여기에 국가채무비율 계산 시 분모가 되는 명목 국내총생산(GDP)도 코로나19 사태로 정부 전망보다 크게 하락할 예정이다. 정부의 2020~2023년 경상(명목)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3.4%, 4.1%, 4.1%, 4.1%다. 현재 경기 부진 상황을 고려하면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 올해 안에 국가채무비율이 급속하게 오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내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지출을 550조원보다 줄여야 한다. 그런데 2차 대규모 추경에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면 문제가 달라진다. 빚이 계속 늘어나는 최악의 상황이 오는 것이다. 따라서 내년 예산 규모는 향후 2차 추경, 코로나19 장기화 여부에 달려 있다. 재정 악화에 대한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수입 감소의 어려움도 동시에 겪을 것 같다. 경기 부진으로 세금은 덜 걷히는데,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등을 위해 깎아줘야 할 세금은 많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국세 감면율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14.6%, 15.1%으로 2년 연속 권고 한도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2008~2009년) 이후 처음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 지출 규모 증가율은 계획대로 6%가 될지 아직 알 수 없다. 8~9월 돼야 증가율 추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서 일단 지출 사업들 중 구조조정할 것을 과감하게 찾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