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은 어떻게 영감을 얻을까. 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이 현재 하고 있는 ‘뜻밖의 발견-세렌디피티’전에서 그 궁금증을 풀어볼 수 있다.
전시 제목인 ‘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생각지 못한 귀한 것을 우연히 발견하는 능력을 말한다. 예술가들도 과학자처럼 뜻밖의 발견을 하고 ‘유레카!’를 외치는 순간이 있는 것이다.
이길래 작가에겐 2001년 지방 대학에 출강하기 위해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전방의 화물차에 적재된 동파이프를 본 순간이 그랬다. 동파이프 단면이 생물의 몸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세포처럼 다가왔다. 거기서 영감을 얻어 동파이프를 자르고 측면을 눌러 타원형으로 만든 뒤 용접해서 붙여나가며 소나무 형상을 직조했다. 동파이프의 갈색이 소나무 껍질의 투박한 질감과 비슷하다.
양대원 작가는 병원 로비에 걸린 암세포 전시를 본 적 있다. 사진 속 암세포의 검고 동글동글한 형상이 사람처럼 보였다. 이 경험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동글인(人) 캐릭터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세현 유근택 등 총 21명의 작가들이 내밀한 발견의 순간을 공개한다. 제작 일화, 작가 노트, 기초 재료 등을 작품 옆에 비치해 영감을 준 최초의 순간과 그것이 창작 행위로 이어지는 과정도 보여준다.
사비나미술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우려 없이 전시를 볼 수 있도록 주말에는 사전 예약제를 실시한다. 부대 교육프로그램인 홀로그램 체험은 ‘체험 키트’를 배포해 스마트폰만 있으면 관람객 혼자 체험할 수 있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