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프로농구(KBL)가 결국 올 시즌을 조기 종료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위해서다. 이로써 앞서 결정을 내린 여자 프로농구와 남녀 프로배구까지 국내 실내 프로스포츠 종목이 모두 시즌 조기 종료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KBL은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2시간여 동안 이사회를 진행한 끝에 29일자로 프로농구 시즌을 조기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시즌 성적은 무효화하지 않는다. 구단 순위는 팀 간 전적이나 다득점을 따지지 않고 현재까지의 승률로 산정한다. 선수 기록 역시 그대로 인정한다. 이인식 KBL 사무총장은 “회의 초반에는 구단마다 이견이 있었지만 큰 어려움 없이 만장일치로 합의를 도출했다”고 말했다.
이사회 결정에 따라 승률 0.651로 선두인 서울 SK와 원주 DB는 공동 1위로 남게 됐다. 다만 두 팀에 우승팀 자격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상금 총 3억3000만원은 각 구단에 배분해 응원단과 보안회사 등 각 구단 협력업체에 나누기로 했다. 신인 드래프트는 결정된 순위에 따라 종전 방식대로 추첨 확률을 나눠 치른다.
시즌 조기 종료라는 전례없는 상황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는 다양하다. 기업이 리그 공식명칭에 이름을 넣고 운영을 후원하는 ‘타이틀 스폰서’ 문제도 이중 하나다. 그간 KBL에서는 우승팀 모기업이 다음 시즌 타이틀 스폰서를 맡는 게 관례였다. 이번 시즌 리그대회의 정식 명칭도 전 시즌 우승팀인 모기업의 이름을 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다. 여자프로농구(KWBL)의 경우 이 같은 관례 없이 순번대로 돌아가며 타이틀 스폰서를 맡는다.
중계권 문제도 있다. 현재 KBL은 스포티비(SPOTV) 소유사인 에이클라 엔터테인먼트와 중계권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시즌 일정이 제대로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손해배상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각 구단과 KBL사무국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을 합쳐 최대 수십억원까지 배상액이 커질 수 있다. KBL 관계자는 “특수한 상황이니만큼 중계권을 가진 업체 측과 합의를 해야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임금 역시 추가로 논의해야 할 대상이다. KBL 표준계약서 상 기본적으로 국내 선수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외국인 선수의 경우 계약서 상 리그 종료 시점에 계약도 끝나게 되어 있어 29일자로 계약이 종료된다. 외국인 선수를 포함한 국내 선수들도 개인 기록에 따른 수당을 산정할 때 기준 경기 수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준우 KBL 사무차장은 “구단과 선수 간 문제이기도 해서 계약을 어떻게 적용할지 구단들과 논의를 더 해야 한다”며 “논의 뒤 법률 검토까지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KBL 관계자는 “26일 사무국장 회의에서 KBL 전체 샐러리캡 설정이나 자유계약(FA) 등 다급한 문제가 먼저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내 프로스포츠가 모두 시즌 조기 종료라는 초강수를 택하면서 축구와 야구 등 시즌 개막을 연기하고 있는 실외 프로종목도 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날까지 일정 관련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은 건 프로축구가 유일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사무국에서 아직 안을 준비하고 있다. 경우의 수가 워낙 많아 잘라 말하기 어렵다”면서 “조만간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