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루 피 마르는 항공업계… “어떻게든 버텨야 산다”

입력 2020-03-24 04:01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업계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6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에 성공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향후 채권 회수율(사채 상환율) 전망은 좋지 않다. 24일부터 모든 노선 운항을 중단하는 ‘셧다운’ 사태에 직면한 이스타항공은 현금이 없어 지난달에 이어 이달도 월급을 지급하지 못하게 됐다.

23일 대한항공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최근 대한항공의 ABS 발행 신고서를 수리해 오는 30일 6227억여원의 규모로 ABS가 발행된다. ABS 발행은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매출(항공기 운임료)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이다.

이번 ABS 발행은 BC카드를 통해 결제되는 한국지사 항공권 신용카드 매출채권 등을 담보로 한다. 산업은행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국책은행, 금융투자회사 15곳이 사채를 인수키로 했다. 대한항공은 2025년까지 16회에 걸쳐 원금 및 이자(이자율은 기존 금리에 0.85~1.9% 포인트 가산)를 갚는다.

발행 신고서에 따르면 지난 1~12일 대한항공 판매 실적은 평상시의 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서는 “ABS 평가기관인 삼덕회계법인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12일의 평균 발매 실적이 평상시의 27% 수준으로 오는 7월까지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추정했다”며 투자에 유의하라고 설명했다. 다만 “과거 사스 등 유사한 질병의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소멸 시기를 가정했을 때 오는 8월 이후에는 평상시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봤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은 이번 ABS 발행으로 잠시나마 숨통을 트게 됐지만 기존 및 신규 운임채권의 향후 회수율 전망은 그리 좋지 않다. 신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대한항공의 1년 내 만기도래 예정인 단기 금융부채 잔액은 4조1526억원으로, 월평균 단기 금융부채 상환액은 3460억원에 이른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이용자 수 급감으로 지난달 대한항공의 항공운임채권 ABS 회수 실적은 지난해 동월 대비 40~70%나 떨어진 상황이다. 이에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잇따라 대한항공의 회사채·ABS 신용등급(BBB+·A0)을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 등을 직접 발행하기 힘든 저비용항공사(LCC) 업계는 정부 지원금만 바라보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달 정부는 3000여억원을 지원한다고 했지만 지난 한 달간 400억원만 심사가 완료됐다. 항공협회 관계자는 “현금자산이 없어 직원들 월급도 못 주는 항공사가 나오고 있다. 하루하루 생사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라며 “세금 감면 등 정책은 이제 무의미해졌고 신속한 유동성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국항공협회는 24일 항공사들의 의견을 모아 이번 주 내 추가 지원책 요청안을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채권 발행 때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주고 유동성 지원 대상에 대형항공사도 포함시켜 달라는 내용 등이 담길 예정이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