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발(發) ‘재난기본소득’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삶의 기로에 놓인 위기계층을 선별해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게 무엇보다 급선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다.
지자체들이 재난기본소득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것은 전체 국가재정을 고려해 지급 결정을 미루고 있는 중앙정부를 쳐다만 보다간 서민층의 생활고는 물론 지방을 지탱하는 지역경제마저 파탄에 이를 것이라는 회의적 전망 때문이다. 재난상황에서 위축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취약층의 생활고를 진작하는 것인 만큼 무조건 절대다수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현금 뿌리기’ 정책이 아니라는 게 지자체들의 입장이다. 지급 방법도 현금 대신 지역사랑상품권이나 선불카드로 대체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대구는 6599억원(국고보조금 3329억원, 대구시 재원 3270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을 시민 생계지원을 위해 사용한다고 23일 전격 발표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브리핑에서 “코로나19의 큰불은 잡았지만 시민생활은 너무나 피폐해져 있고 벼랑 끝에 몰려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구는 ‘코로나19 긴급생계지원 패키지 3종’이라는 이름으로 지원 대상을 세분화했다.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10만2000가구에 가구당 50만원 정도를, 기준중위소득 75% 이하 8만의 위기가구에 긴급복지특별지원으로 3개월간 평균 59만원을,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가족 수에 따라 50만~90만원을 지원한다.
경남도도 경남형 긴급재난소득 등 경제 위기극복 3대 패키지 정책을 발표했다. 중위소득 100% 이하 69만1000가구 중 중앙정부 지원을 받는 20만3000가구를 제외한 48만3000가구에 대해 가족 수에 따라 30만원(1~2인), 40만원(3~4인), 50만원(5인 이상)을 지원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경남도만의 노력으로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는 만큼 정부와 국회에 보편적 긴급재난소득(국민 1인당 100만원) 검토를 다시 요청한다”고 밝히며 보편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대전시 역시 저소득층 17만 가구에 ‘희망홀씨 긴급재난생계지원금’ 지원을 결정했다. 중위소득 50% 초과 100% 이하가 대상으로 지원액은 1인 30만원, 2인 40만5000원, 3인 48만원, 4인 56만1000원, 5인 63만3000원이다. 또 확진자 방문으로 피해를 입은 점포, 공연 중지 등으로 생활고를 겪는 예술인, 무급휴직자·특수형태근로자·프리랜서도 지원한다.
재난기본소득은 재난 상황에서 위축된 경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에게 조건 없이 일정 금액의 돈을 나눠주는 것이다. 취지는 모든 국민에게 돈을 나눠주자는 것이지만 전국에서 처음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한 전주는 보편적 지원 대신 선별적 지원으로 바꿔 적용했다.
전주시는 지난 13일 중위소득 80% 이하 주민 5만명에게 1인당 52만7000원 지원을 결정했다. 전주의 발표 후 서울시가 광역지자체 중에서는 가장 빨랐다. 서울시는 지난 18일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 중 추경예산 등으로 별도 지원을 받지 못하는 117만여 가구에 30만∼50만원씩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경기도 성남시, 경북 안동시 등 기초단체들의 긴급생활안정자금 지원 발표도 잇따르고 있다.
대구·창원·대전=최일영 이영재 전희진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