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한 대형마트에는 ‘마감 세일’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드문드문 마스크를 한 손님들이 서로 멀찍이 떨어져 조용히 카트에 물건을 담거나 가득 든 카트를 바쁘게 밀고 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고기, 생선, 과일, 우유, 라면, 과자 등을 계산한 장모(37·여)씨는 “주말에 먹을 게 없는데 온라인 장보기는 실패하고 가까운 마트로 왔다”며 “와서 보니 카트에 소독제 뿌리고, 마스크 쓰고, 방역도 매일 한다고 하니까 한시름 놨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어가면서 대형마트,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불황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손실을 감수하고도 확진자가 발생하면 임시 휴점을 하는 방침도 여전하다. 확진자가 한참 전 다녀가고 방역까지 마친 뒤의 휴점은 필수불가결한 게 아니라는 지적도 있지만 업계는 최대한 보수적인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코로나19로 임시 휴점을 진행한 점포는 60개에 이른다. IFC몰이나 아울렛까지 포함하면 휴점 점포는 70개를 넘나드는 수준이다. 점포들은 확진자가 발생하면 이렇게 대응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이동경로에 백화점이나 마트가 확인되면 방역 당국은 이 사실을 해당 업체에 알려준다. 방역 당국의 통보를 받은 점포는 즉각 영업을 중단하고 전문 방역팀을 투입해 방역을 실시한다. 방역이 끝나면 ‘방역확인증’을 당국에 제출하고, 확인이 되면 즉각 영업 재개가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 업체들은 방역을 실시한 뒤 개점이 가능해도 하루 이상 휴점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하루 영업을 하지 않는 데 따른 손실이 크더라도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혹시 모를 위험을 고려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부 점포는 확진자의 동선과 점포 구조에 따라 해당 층이나 해당 건물만 휴점하는 형태도 취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확진자의 마스크 착용 여부, 어느 동선으로 왔다갔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건 당국과 협의한 뒤 휴점 구역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는 자체 방역도 시시때때로 실시하고 있다. 점포를 관리하는 용역업체나 점포 자체가 보유하고 있는 방역기계 등을 동원해 영업시간이 끝나면 거의 매일 방역을 진행하고 있다. 카트 소독 등은 점포 운영시간 중에도 수시로 이뤄진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당분간 오프라인 업계는 더욱 힘들 것 같다”면서도 “어렵지만 소비자들의 안전과 건강에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정진영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