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이 6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다. KT가 민영화된 후 임기를 완주한 최초의 연임 최고경영자(CEO) 사례로 남게 됐다.
KT는 23일 서울 종로구 KT 사옥에서 황 회장 이임식을 열고 10명의 직원이 감사패와 꽃다발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비록 조촐한 규모였지만 이임식은 15년 만이다. 황 회장은 2005년 이용경 사장 이후 처음으로 중도 퇴진 없이 임기를 마무리했다. 황 회장의 임기는 오는 30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공식적으로 마무리되지만 사실상 이날로 구현모 CEO 내정자에게 수장 자리를 넘긴 것이다.
황 회장은 이임식에서 “지난 6년간 강력한 경쟁력을 보여준 임직원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받았다”며 “KT의 미래, 먹거리, 그리고 KT 정신을 제대로 세운 CEO로 기억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 회장은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분야 기술총괄 사장을 지낸 뒤 2014년 1월 KT CEO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국내 이동통신업계가 5G 상용화에 나설 당시 KT의 관련 사업을 차질 없이 이끌었고, 셋톱박스 ‘기가지니’ 출시를 통해 AI(인공지능) 대중화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황 회장 임기 중 KT는 2015년부터 5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2017년 연임한 이후에는 KT의 고질적 과제였던 지배구조 안정화를 위해 CEO 후보 심사 과정을 확립하고 공정한 선임 절차를 구축하는 데 역할을 하기도 했다.
대외 활동 역시 활발히 수행하면서 KT의 위상을 높인 점도 그의 성과다. 2015년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기조연설과 지난해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5G의 미래에 대해 설파했다.
임기 초 ‘성장 절벽’에 부닥친 KT그룹 내 계열사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8300여명에 이르는 인력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사내 노동조합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2018년 발생한 아현국사 통신화재 역시 그에겐 아픈 경험이다. 불법 채용 의혹과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지시 등의 의혹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황 회장이 첨단 기술을 다뤄온 전문가인 만큼 정체된 분위기였던 KT에 새로운 조직문화를 이식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업계의 흐름을 빠르게 읽고 대비하는 데에도 능력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