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n번방 사건 잔인한 행위… 회원 전원 조사 필요”

입력 2020-03-24 04:03

텔레그램 ‘n번방’에서 피해자들의 성착취 동영상을 유포한 이른바 ‘박사’ 조주빈(25)씨와 공범들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국민청원에 역대 최다 인원이 참여하는 등 국민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사진) 대통령은 n번방 회원 전원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강조했고, 청와대도 이례적으로 청원에 대해 이르면 24일 답변을 공개하기로 했다.

23일 오후 10시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청원에는 242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지난 18일 청원이 올라온 이후 불과 닷새 만이다. 전날 오후 최다 국민청원 기록을 경신한 뒤에도 참여자가 계속 늘고 있다.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라는 청원에도 170만명 이상이 동의했고 비슷한 취지의 다른 청원에도 수십만명이 참여했다.

역대 최다 국민청원 기록의 배경에는 n번방 사건의 잔혹성에 대한 분노가 자리잡고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신을 보호할 힘이 없는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가학적인 범죄 수법에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크게 분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미성년자 피해자가 내 가족일 수 있다는 생각에 사람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n번방 사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바라는 목소리가 청원에 포함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웹하드 카르텔’ ‘정준영 카톡방 사건’ 등 불법 촬영물 유포 범죄가 반복되는데도 기존 사법제도는 이를 강력하게 처벌하지 않는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찰이 가해자를 체포해도 처벌이 약할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국민청원으로 여론을 모아 호소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23일 ‘텔레그램 n번방 성폭력 처벌 강화 긴급 간담회’가 열렸다. 이인영 원내대표와 진선미 의원, 박주민 최고위원, 서지현 검사(왼쪽 세 번째부터) 등이 피해자 인권 보호와 가해자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김지훈 기자

문 대통령은 이날 “‘박사방’ 운영자 등에 대한 조사에 국한하지 말고 n번방 회원 전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필요하면 경찰청 사이버안전과 외에 특별조사팀이 강력하게 구축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n번방 사건 가해자들의 행위는 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잔인한 행위였으며, 청와대 청원 게시판의 서명은 악성 디지털 성범죄를 끊어내라는 국민들 특히, 여성들의 절규로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경찰은 이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고 특히 아동·청소년들에 대한 디지털 성범죄는 더욱 엄중히 다뤄 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동·청소년 16명을 포함한 피해 여성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국민의 정당한 분노에 공감한다”며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n번방 성착취 피의자의 신상공개와 처벌 청원이 아직 진행 중이지만 이례적으로 이르면 24일 답변을 공개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찰심의위원회에서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한 다음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도 검토할 것”이라며 “대응 방안에 대해 세게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4일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조씨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신상이 공개될 경우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근거로 한 첫 신상공개 사례가 된다.








김지애 임성수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