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공포로 연일 주가가 폭락하는 가운데 국내 펀드 순자산이 1주일 사이 20조원가량 급감했다. ‘국민 재테크 상품’이라 불리는 주가연계증권(ELS) 등도 무더기로 원금손실구간(녹인·knock-in)에 진입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금융시장이 ‘대위기’에 빠지면서 월급쟁이들이 품고 있던 ‘재테크의 꿈’도 산산조각 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공모·사모펀드의 순자산 총액은 665조965억원으로 1주일 전인 12일(685조2800억원)보다 20조1900억원가량 급감했다. 특히 주식형 펀드 순자산은 이달 초(3월 1일) 79조610억원에서 19일 61조8100억원으로 17조2000억원가량 빠졌고, 채권형 펀드 순자산도 123조940억원에서 121조1500억원으로 한 달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자연스럽게 펀드 수익률도 바닥을 치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최근 한 달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3.68%였다. 국내 채권형 펀드의 경우 -0.01%였다.
코로나19에 따른 금융 불안이 펀드 붕괴의 직격탄이 됐다. 지난 19일 코스피지수는 10년8개월 만에 1500선이 붕괴(1457.64)된 데 이어 23일에도 전날 대비 83.69포인트(5.34%) 내린 1482.46으로 마감했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46% 포인트 오른 연 1.153%에 장을 마쳤다.
ELS의 예상 손실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을 포함한 국내 증권사들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생겼다고 공시한 ELS는 이날 기준 500여개다. 이 상품들의 미상환 잔액은 62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주가지수나 종목 등 기초자산 가격이 발행 당시보다 35~50% 정도 떨어지면 녹인 구간에 도달하도록 설계됐다.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기간 동안 정해진 범위에서 움직이면 이자를 주는 파생상품이다. 2011년 국내에 첫 출시된 ELS는 주식보다 위험도는 낮으면서 예·적금보다 수익률은 높다는 점에서 직장인들의 대표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ELS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기초자산은 유로스톡스(EuroStoxx)50지수다. 이 지수에 연계된 ELS는 13조6700억원 정도다. 그런데 유럽 주가가 고점 대비 40% 가까이 떨어지면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대폭 커진 것이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상품별로 녹인 구간에 다소 차이는 있으나 유로스톡스50이 2000을 하회할 경우 원금 손실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난 20일 유로스톡스50은 전날 대비 3.85% 오른 2548.50으로 마감했다. 한 달 전인 지난달 20일(3822.98) 대비 약 35% 떨어진 수치다.
조민아 양민철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