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동체 해치는 방역지침 위반 단호히 대응하라

입력 2020-03-24 04:01
방역지침을 위반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담임목사 전광훈)에 대해 서울시가 23일 집회 금지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서울시는 전날 현장점검을 통해 282개 교회에서 384건의 위반 사례를 적발해 시정을 지시했으나 유독 사랑제일교회만 묵살했다고 밝혔다. 2000명이 넘는 교인이 참석해 예배를 진행하면서도 신도 간 2m 거리 유지, 참석자 명단 작성, 마스크 착용 등의 방역지침을 어겼고 지도하는 공무원에게 교인들이 욕설과 폭언을 했다고 한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보름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기로 한 첫날 노골적으로 방역에 역행하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우리 사회 공동체의 안위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는 박원순 시장의 지적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이 교회는 다음 달 5일까지 집회(현장 예배)가 금지되고 위반할 경우 참석자에게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서울시는 이 교회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전원에 대한 일체의 치료비와 방역비를 청구하겠다고 한다. 엄정하게 집행해 당국의 행정명령이 결코 엄포가 아니라는 걸 각인시켜야 할 것이다.

예배는 기독교인이라면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지만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서는 방역 당국에 협조하는 게 바람직하다. 전국 교회의 58%(2만6000여곳)가 현장 예배를 중단하거나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는데, 이들이 예배의 중요성을 몰라서가 아니다. 공동체와 이웃에 해가 되지 않도록 방역에 협조하는 건 교회의 또 다른 책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게다.

클럽 등 유흥시설, 헬스장 등 실내 체육시설들도 당국이 권고한 대로 다음 달 5일까지 영업을 중단하거나 최소한 방역 수칙을 준수하기 바란다. 정부는 종교시설뿐 아니라 이런 시설들에 대해서도 현장 점검을 강화해 위반 업소는 엄정하게 조치해야 할 것이다. 방역 조치를 이행하는 게 고통스럽겠지만 당분간 방역의 고삐를 바짝 조여야 한다. 다음 달 6일로 늦춰진 초·중·고교 개학 전에 감염의 불씨를 최대한 제거하지 않으면 더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 우리만 힘든 게 아니다. 프랑스는 전 국민에 대해 15일간 이동금지령을 내렸고 독일은 생필품점을 제외한 상점 영업과 종교시설의 운영을 금지했다. 미국은 자택 대피령을 내리는 주(州)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보다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곳이 수두룩하다. 정부는 방역 지침 위반에 단호하게 대응하되 방역 협조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줄여 줄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