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0대 총선 당시 서울에서 5000표 이하로 승부가 갈린 지역구는 16곳이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도 서울에서 5% 이내 표 차이로 승패가 갈린 곳이 15곳이나 됐다.
이 가운데 19대와 20대 두 번 모두 초방빅 승부를 벌인 지역구는 6곳으로 중·성동을, 동대문갑, 양천을, 관악을, 송파을, 강동갑이다. 현재 6곳 중 더불어민주당이 3곳, 미래통합당이 3곳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초박빙 승부처를 잡는 곳이 수도권 판세 결정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초박빙 승부가 펼쳐지는 지역구는 정당 영향력과 인물 경쟁력 둘 다 뒷받침되는 곳들이다. 대선주자급 후보는 아니더라도 제 목소리를 내는 의원이 정당 지지도를 발판삼아 중진으로 성장하며 영향력을 발휘하는 곳이란 얘기다. 제3당 후보의 등장이 늘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20대 선거에선 국민의당 후보 때문에 최종 승자의 얼굴이 달라졌다. 관악을에선 861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당시 오신환 통합당 후보에게 석패한 정태호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민주당 후보로 다시 도전한다. 정 후보 측은 지난 선거 때 진보 진영 지지층이 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열됐던 것과 달리 이번 선거는 ‘일대일 구도’가 형성됐다며 오 후보에게 설욕을 벼르고 있다.
중·성동을은 재선에 도전하는 통합당 지상욱 후보가 민주당이 전략공천한 박성준 전 JTBC 아나운서팀장과 맞붙는다. 20대 총선 때 민주당에서 컷오프당한 정호준 당시 현역 의원이 국민의당으로 출마, 3자 대결 끝에 지 후보가 1750표 차이로 당선됐다. 그때는 지 후보가 진보 진영 분열 효과를 봤던 셈인데, 이번엔 거꾸로 보수 진영이 쪼개질 모양새다. 중구청장 출신으로 통합당 공천에 반발한 최창식 후보가 무소속 출마를 벼르고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22일 “진보든 보수든 제3후보가 등장하면 승패에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집값 상승으로 30, 40대가 경기도로 많이 빠져나가면서 서울이 과거보다 다소 중도보수화됐다고 분석한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초박빙 승부 지역은 대체로 1970, 80년대 서울에 상경해 자리잡고 자녀세대를 키운 이들이 많은 곳”이라며 “빈촌이 별로 없고, 지역이 개발되면서 유권자들도 변화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세가 강했던 지역이지만 보수정당 소속의 김용태 의원이 3선을 한 양천을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이 구로을로 자리를 옮긴 뒤 통합당은 손영택 변호사를 양천을 후보로 내세웠다. 앞서 두 차례 선거에서 김 의원에게 2% 미만 차이로 번번이 석패했던 이용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노리고 있다.
나머지 3곳에선 민주당 중진들이 수성전에 나선다. 동대문갑에선 3선의 안규백 의원이 언론인 출신 허용범 후보와 19, 20대에 이어 세 번째로 맞붙는다. 19대 당시 2.9% 포인트, 20대 때는 4.45% 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던 허 후보가 처음으로 고지를 점령할지, 안 의원이 이번에도 이길지 주목된다.
송파을에서는 최재성 의원이 2018년 재·보궐 선거 당시 큰 차이로 이겼던 배현진 통합당 후보와 리턴 매치를 벌인다. 강동갑에서는 진선미 의원이 이수희 변호사를 상대로 3선에 도전한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