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방정부 마스크 벗자는데… 우한 신규 확진 고의 누락 의혹

입력 2020-03-23 04:04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에서 마스크를 벗고 회의하는 공무원들. 웨이보 캡처

중국 본토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거의 나오지 않으면서 지방정부들이 “마스크를 벗자”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에서는 신규 확진자가 없다는 통계가 조작이라는 시민들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상하이와 장쑤성, 저장성, 안후이성, 하이난성 등 중국 지방정부의 지도부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회의를 진행하거나 공개행사에서 “마스크를 벗자”고 제안하는 등 잇따라 코로나19 전쟁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우칭 상하이 부시장은 지난 20일 열린 5개 외국계 금융기관과의 간담회에서 단상에 오른 지 몇 분 만에 마스크를 벗은 뒤 참석자들에게도 같이 마스크를 벗자고 제안했다. 우 부시장은 “상하이는 지난 20일간 시내 감염 사례가 보고되지 않아 현재 아주 안전한 곳이 됐다”며 “오늘 이 행사를 통해 상하이와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러우친젠 장쑤성 서기 주재로 20일 열린 전염병 대응 공작지도소조 회의에서는 러우 서기뿐 아니라 모든 참석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토론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장쑤성 쑤저우시 란샤오민 서기도 수십명이 모인 회의를 주재하면서 참석 관리들 모두 마스크를 벗도록 했다.

지방정부들은 또 식당에서 단체로 마스크를 벗고 같이 식사하는 장면을 공개하며 정상적인 일상생활 복귀를 독려하고 있다. 쓰촨성 난충시는 부시장과 선전부장 등이 여러 가지 음식을 시켜놓고 같이 먹는 장면을 보여줬고,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장자제시는 당서기 등 간부들이 관광지 입구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소비 진작 방법을 논의하는 모습을 찍어 SNS 계정에 올렸다.

중국 본토에서는 지난 21일 하루 동안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6명이었으나 45명이 해외에서 역유입된 사례로 나타나는 등 본토 내 신규 확진자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발표를 그대로 믿기 어려우며 중국 보건 당국이 통계를 조작하고 있다는 주장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신경보 등에 따르면 최근 자신을 후베이 지역 주류 매체 기자라고 소개한 사람이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에 ‘나의 잊을 수 없는 하루’라는 글을 게재했다. 우한에서 코로나19 치료를 받은 일가족 3명 가운데 1명이 다시 발열 증상으로 지역 병원에서 입원 치료와 확진 검사를 받으려 했으나 거부당했고 가까스로 입원하는 데 13시간이나 걸렸다는 내용이다. 글쓴이는 최근 신규 환자가 발생하지 않는 우한 지역 병원들이 환자 통계에 영향을 주는 것을 우려해 발열 환자 치료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우한시는 위챗 계정을 통해 “‘나의 잊을 수 없는 하루’라는 글은 사실과 다르다”며 의혹에 대해 자세히 해명했다.

우한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통계를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계속 나오고 있다. “지역에 새로운 확진 사례가 발생했으니 주민들은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을 하자”는 내용의 통지문이 우한의 한 주택가에서 나돌았다는 주장이 나왔고, “한양구에서 2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해당 주택단지의 라인을 봉쇄했다”는 얘기도 돌았다.

한 네티즌은 우한 화중과학대 퉁치병원에서 지난 18일 100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톄루병원에서도 1명이 있었지만 보건 당국에 보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