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주장 vs 늑장 대응”… 檢 현안 된 윤 총장 장모 잔고증명서

입력 2020-03-23 04:03
연합뉴스TV 제공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씨가 2013년 잔고증명서를 위조해 부동산 투자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검찰의 현안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고발 등에 따라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 법조계에서는 “아무런 사정 변경 없이 총선을 앞두고 부각됐다”는 시각과 “검찰의 태도가 미온적이다”는 여론이 양립하고 있다. 윤 총장이 관련 보고를 금지시킨 가운데 의정부지검은 최씨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포함해 어떤 판단이든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2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의정부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효삼)는 최씨가 2013년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허위의 잔고증명서를 만들었다는 내용과 관련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한때 최씨와 동업했던 안모씨를 최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사실관계를 살폈다. 안씨는 “최씨가 멋대로 잔고증명서를 위조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씨 측은 안씨가 요구한 잔고증명서였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가 허위의 잔고증명서를 마련했다는 내용 자체는 관련 사건의 형사재판 판결문에서도 공개된 바다. 최씨 등에 대한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돼 2017년 10월 징역 2년6개월형이 확정된, 다름 아닌 안씨의 판결문이다. 법조계는 애초 최씨의 사문서위조가 범행으로까지 주목받지 못한 이유로 “기본적으로 피해자이기 때문”이라는 시각을 제시한다. 실제 최씨는 민사소송까지 벌여 안씨로부터 약 50억원을 받아낼 수 있는 판결을 얻었지만 전혀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안씨는 2018년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혐의로도 징역 4개월형이 확정됐다.

‘얼마나 믿을 만한 고발과 진정이냐’의 문제가 있지만, 어쨌거나 검찰은 최씨의 사문서위조·행사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검찰의 행보를 지켜보는 법조계의 견해는 대립되는 편이다. 실질적으로 잔고증명서가 금융권 대출에 이용되는 법은 없고, 최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그 같은 시도도 없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반면 신탁기관에 제출된 점 자체로 행사까지 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최씨의 행위가 얼마나 중죄이냐와 별개로 검찰의 태도를 향한 비판 여론도 있다. 여론의 의구심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인척 사건이라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사실관계를 가리려 하지 않고 뜸을 들였다는 데 있다. 최씨의 측근과 분쟁 중인 노모씨가 지난해 9월 검찰개혁위원회에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냈는데도 약 4개월간 진정인 조사조차 없었다는 사실도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된다.

검찰이 공소시효 완성 시점이 임박했음을 인식하고도 속도를 높이지 않았다면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다만 의정부지검 안팎에서는 해당 사건 자체가 워낙 복잡했으며, 관련자 진술의 진위를 따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특성이 있었다는 항변이 나온다. 노씨에 대한 진정인 조사가 늦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모든 진정이 바로 수사 착수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윤 총장의 처가를 둘러싼 의혹은 그간 줄곧 제기돼 왔다. 최씨의 동업자였던 사업가 정모씨는 지난달 “최씨로부터 소송 사기를 당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최씨를 고발했다. 이 사건도 의정부지검으로 이첩됐고 윤 총장은 보고를 받지 않는다. 정씨는 이번 고발과 비슷한 주장을 과거에도 거듭했지만 여러 차례의 재판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오히려 최씨에 대한 신용훼손, 강요 등이 인정됐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