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박사’ 조모씨 ‘신상공개’ 조건 충분… 살인범 외 전례 없어 논란 여지

입력 2020-03-23 04:01
정의당 여성 총선 후보들이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른바 n번방 사건 가해자들에 대한 무관용 처벌과 n번방 방지 및 처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성착취물 생산자와 유포자뿐 아니라 이용자와 소지자도 모두 처벌하는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텔레그램 ‘n번방’을 운영하며 성착취 동영상을 SNS에 유포해 구속된 이른바 ‘박사’ 조모씨에 대한 신상공개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더 나아가 해당 방을 이용한 이들의 신상까지 공개하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따르면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에 이날 오후 10시30분 기준 205만여명이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중 역대 최다 인원이다. 이전 최다 국민청원은 지난해 ‘자유한국당 해산 요청’(183만여명)이었다.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라는 청원에 동의한 사람도 139만명을 넘겼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조씨의 신상공개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신상공개는 범행 수법이 잔인한지, 피해가 큰지 여부가 가장 큰 기준”이라며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많고, 그 피해도 평생 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의 이은의법률사무소 대표도 “신상공개에 대한 법률상 근거(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n번방 가해자 신상공개는 애매한 경우에 해당된다”며 “지금까지 살인죄밖에는 신상공개를 한 적이 없는데 (n번방 사건은) 특정 강력범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교수는 “현행법으로는 비슷한 범죄를 제지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최소한의 제지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엄벌에 처할 수 있는 법이 만들어질 때까지는) 신상을 공개하는 게 효용성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은의 대표도 “문제는 지금까지 관련 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신상공개를 한 전례가 없다”며 “그동안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는 살인 등 중범죄 정도는 돼야 신상을 공개한다는 암묵적 관행이 있다 보니 성범죄의 경우에 신상공개를 안해 왔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24일 내부위원 3명,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된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조씨의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반면 n번방 사용자에 대해선 신상공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은의 대표는 “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것부터 이 사람이 음란물을 다운받았는지 등 따질 문제가 많다”며 “어느 선까지 공개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도 있어야 하는데 아직 입법 공백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처벌에 대한 입법을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 따르면 미성년자의 성착취물을 소지한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강보현 정우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