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실물 경제 대책으로 논의되는 재난기본소득을 두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 가격 상승, 급속한 고령화 현상 등으로 경제에서 차지하는 민간 소비의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작아 자칫 현금을 뿌려도 내수 회복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보편적인 현금 지급에 대해 정부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바로 소비 진작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지 여부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2018년 기준 명목상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소비의 비중은 48%였다. 이 비중이 68%(2018년 기준)에 달하는 미국이나 56%(2015년 기준)인 일본보다 현저히 작은 편이다. 돈을 풀어 경기부양을 한다 해도 효과가 민간 소비 비중이 높은 국가에 비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한국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미 주거비용 상승과 노후 불안 등에 따른 만성적인 소비 위축이 10년 넘게 이어진 상황이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실질GDP(명목GDP에서 물가상승분을 제외한 값) 증가율을 앞서던 실질 민간소비 증가율은 -0.5%를 기록한 2003년 이후 2005년 한 해를 빼고는 계속 GDP 증가율보다 낮았다.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소비가 늘지 않아 왔다는 얘기다. 가구의 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평균소비성향도 2011년 0.64에서 2015년 0.58로 떨어졌다.
정부가 수십조원의 빚을 내서 재난기본소득과 같은 현금 지원을 하더라도 코로나19로 인해 더 움츠러든 소비 심리가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의 민생지원대책에 포함된 저소득층 소비쿠폰과 특별돌봄 쿠폰 등이 소득 지원 성격이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일단 소득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보편적으로 소득 지원을 하되 선별적으로 환수를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소득 및 코로나19 피해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하되, 소득세법을 개정해 소득공제 항목 중 기본공제(1인당 150만원)를 없애자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기본공제를 없애면 과세표준상 5억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의 세 부담이 63만원 더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1인당 50만원을 지급하더라도 사실상 증세의 효과를 거둘 수 있어 정부의 재정부담은 덜고 저소득층에게도 실질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다양한 방식의 지원책을 고민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신준섭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