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다중을 상대로 한 금융사기로 규정됐던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단순한 경제범죄를 넘어서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비화하고 있다. 검찰은 라임 사태의 태동을 금융권의 불완전판매로 보면서도 라임이 업계 1위 헤지펀드 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데 다른 배경이 있는 것은 아닌지 규명하려는 자세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와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정관계 인사 로비가 동반됐던 2010년대의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에 비견하는 시각이 제시되기 시작했다.
2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라임 사태를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라임 사태 피해자들로부터 투자 경위를 확인하는 한편 불완전판매로 모인 자금이 ‘기업 사냥’에 활용된 과정을 재구성하고 있다. 이를 위해 라임 펀드 판매에 관여한 금융회사의 임직원들, 라임의 자금이 투입된 여러 기업 관계자들을 다수 조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들 여럿이 잠적한 상황이지만, 진술을 얻기 전 증거를 다지는 과정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팀은 라임 사태 자체를 재구성하는 것은 물론 과연 이 사태가 어떤 연유로 가능한 것이었는지 근원을 밝히는 것까지 수사 목표를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금융 감독 시스템 속에서 라임이 어떻게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를 오래도록 행할 수 있었는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쉽게 말해 업계 1위 회사가 부실을 속이며 영업해온 실태는 물론 배경까지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은 각종 규제 완화로 사모펀드의 저변 확대를 꾀하면서도 그에 맞는 관리감독 체계를 갖추기 위해 애써 왔다.
피해액이 1조원을 뛰어넘고 피해자들이 양산되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2011년부터의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들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당시 저축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에 따라 영업정지가 도미노처럼 잇따랐고, 서민들의 예금은 후순위채로 전락했다. 이후 검찰이 특별수사에 착수했는데 수사 과정에서 부각된 것은 단순한 불완전판매 백태만이 아니었다. 저축은행들이 정치권 실세들에 대해 로비를 해온 일도 드러나 관련자들이 처벌됐고, 금융 당국의 책임론도 제기됐다.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들이 유력자들과 친분이 있는 것처럼 행동해온 것은 권력형 비리에의 의혹을 키운다. 검찰은 환매 중단 사태를 낳은 펀드 자금들의 향방을 쫓는 한편으로는 특별검거팀을 꾸려 잠적한 여러 핵심 인물들의 검거를 꾀하고 있다. 라임의 ‘전주’로 지목받은 여러 회장은 검찰 수사를 예상하기라도 한 듯 잠적한 상태다. 금융감독원에서 청와대로 파견됐던 김모 전 행정관과 친분이 있고, 로비를 통해 재향군인회 상조회를 인수·재매각했다는 등의 의혹을 받는 스타모빌리티 회장 김모(46)씨가 대표적이다.
검찰은 최근 또 다른 회장 김모씨에 대해서도 해외 도피 가능성을 열어두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사업 시행사 메트로폴리탄의 회장인 김모(47)씨다. 검찰은 경찰청을 통해 김씨에 대해 인터폴 수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임 사태의 핵심 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종필 전 부사장도 잠적 중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들을 검거하지 않으면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허경구 구승은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