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에 병주고 약주는 ‘코로나’ “해약 증가 우려 속 손해율 개선 효과”

입력 2020-03-23 04:0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보험업계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대면접촉 기피로 신규 보험판매 실적을 떨어뜨리고 있다. 수익성도 악화시키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비대면’ 방식의 온라인 보험가입률을 끌어올리기도 한다. 또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이동이 줄어들며 자동차사고 감소에 따른 손해율 개선 효과도 예상된다. 보험업계에선 코로나19가 ‘병 주고 약 주는’ 존재인 셈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석호 선임연구위원은 22일 이 같은 내용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보험산업의 영향 및 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은 표면적으로 보험사의 경영에 악영향을 초래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장기화되고 확진·사망자가 늘면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률과 손해율의 급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보험 가입자가 코로나19로 사망 시 일반 사망 보험금보다 2배가량 많은 ‘재해사망보험금’이 지급된다. 지난 1월 감염병 예방관리법 개정으로 코로나19가 1급 감염병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이 경우 사망자가 늘어나면 보험사의 지급 부담이 크게 늘 수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이나 실손의료보험 등에 대한 보험금 청구가 줄어들 수 있다. 대면접촉 기피 현상이 확산되면서 병·의원 가는 일을 꺼리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의 경우도 여행 및 이동 자제, 재택근무 증가 등으로 운행 감소에 따른 손해율 감소 효과가 예상된다. 이 연구위원은 “위생 및 건강(면역력 등) 관리에 대한 경각심 고조는 장기적으로 보험금지급률·손해율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 기조의 확산은 보험사의 운용자산이익률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운용자산 가운데 채권 비중이 높은 보험사들의 특성상,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이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경제와 금융시장 충격이 심화될 경우에는 보험사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감염병 특화보험’ 상품이나 ‘대재해 채권’등의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