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한국의 굴뚝’ 울산 기업들과 거미줄 협력… 산학융합의 모범

입력 2020-03-23 19:37
울산대는 2017년 산학협력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사진은 당시 시상식을 마친 뒤 다른 수상자들과 함께 기념촬영 하는 모습. 울산대 제공

울산대학교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세계대학랭킹센터(CWUR)의 순위에서 국내 9위, 세계 401위란 성적표를 받았다. 지방대학으로선 유례없는 기록이지만,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대한민국의 굴뚝’ 울산의 기업들과 순도 높은 산학융합 때문이다. 산업협력 교육과 국가지원사업에서의 경쟁력을 쌓아온 게 비결이란 평가다. 울산대는 지난해 7월 발표된 영국 쿼커렐리시몬즈의 대학랭킹 ‘설립 50년 미만 세계대학 평가’ 부분에서도 KAIST 포스텍 GIST에 이어 국내 4위를 차지했다.

울산대는 1962년 울산공업지구 선정에 따른 한국 공업입국 실현에 필요한 인재양성을 위해 1970년 개교했다. 개교와 함께 우리나라 공업입국 실현에 필요한 고급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1971년 1월 ‘대한민국과 영국 정부간 울산공과대학 설립에 관한 협정’을 이끌어냈다.

이에 대학교육과 산업현장 실습을 융합시킨 영국의 산학협동교육제도인 ‘샌드위치 시스템(Sandwich System)’을 도입했다. 현장 융합형 실천교육으로, 대학에서 이론을 배우고 산업현장에서 직접 실무를 익히는 게 핵심이다.

울산대 산학협력선도대학 육성사업단은 전국 최고 산·학·연·관 거미줄 협력 체계를 갖춘 완전한 개방형 산학협력 모델로 유명하다. 글로벌 기업인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SK에너지, 에쓰오일 등 가족 관계를 맺은 기업이 991개나 된다. 기업과 학교의 교류를 통해 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기술을 개발해 이전함으로써 기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적시에 공급하고 있다. 산업현장 경험이 풍부한 기업체 퇴직자를 활용한 산학협력중점교수제도를 통해 현장 노하우도 전수받는다.

한 교수가 제2캠퍼스 전산실에서 협력산업체와 함께 실습을 진행하는 모습. 울산대 제공

울산대는 지난 2018년 울산광역시 남구 두왕동 울산산학융합지구에 제2 캠퍼스도 개교했다. 울산형 실리콘밸리를 표방하고 있는 울산산학융합지구는 미래 에너지와 첨단 소재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체와 울산테크노파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 연구기관이 입주하는 산단이다. 제조업 중심인 울산에서 ‘굴뚝 없는’ 첫 산단으로 주목받는다.

울산대는 제2캠퍼스 개교를 통해 기업·국책 연구소와 협업으로 학사, 석·박사 교육과정의 현장 맞춤형 인력과 연구 인력을 배출할 계획이다.

울산시는 2030년 수소차와 연료전지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목표로 수소 모빌리티 생산·보급, 수소 제조·저장 능력 확대, 수소 공급망과 충전 인프라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대는 화학공학부와 조선해양공학부를 중심으로 관련 미래인재 양성에 본격 나서고 있다.

울산대는 지난 50년간 울산과 함께한 인재양성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 50년은 아시아 최고 수준의 바이오 분야 연구로 국가산업에 이바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협력병원인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한 8개 아산병원과 울산대학교병원과 함께 바이오 연구거점을 구축한다.

실제로 대학 구성원들이 보유한 다양한 유망 기술을 사업화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울산대 산학협력단은 국내외 12건의 특허 등록을 마친 ‘난치성 질환 치료에 효과적인 조성물 및 치료방법’을 바이오 항암 치료 전문 기업인 ㈜유틸렉스에 9억원에 기술 이전하는 성과를 거뒀다.

울산대는 2017년 부터 국내 1위 조선기업인 현대중공업과 손잡고 인더스트리4.0(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고급 일자리 창출과 신 산업 활성화를 위한 인재양성에도 나서고 있다. 인더스트리4.0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교육하는 만큼 배출되는 인력은 조선 분야뿐만 아니라 자동차, 석유화학 등 전 산업에 배치된다.


▒ 오연천 울산대 총장
“아산병원·울산대병원과 미래 바이오 연구 선도할 것”


“위기는 그걸 극복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일종의 특권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의 불확실성을 도전 기회로 삼아 국가 발전을 선도하는 대학으로 발전하겠습니다.”

오연천(69·사진) 울산대 총장은 2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대학이 올해 개교 50주년을 맞이 했다”면서 “그 역사에 걸맞는 전환기를 일궈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지방대가 이렇게 단기간에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비결은 국내 최고 수준의 산학협력 교육과 국가지원 사업에서 경쟁력을 쌓아온 데 따른 것”이라면서 “대학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야 할 책무가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오 총장은 4차산업의 꽃으로 각광받는 바이오 분야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는 비전도 밝혔다. 부속병원인 울산대학교병원과 협력병원인 서울아산병원 등과 함께 바이오산업 연구거점을 확보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울산대는 인구 120만명의 적절한 인구 규모와 제조업 기반, 아산재단 산하 아산병원과 울산대 병원 등 탄탄한 산학 협력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아시아 최고 수준의 바이오 연구개발을 선도하겠습니다.”

그는 학령인구 감소 등 대학의 어려운 여건에 대해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세계 최고의 조선소 현대중공업을 세웠던 용기와 헌신을 생각한다면 지금 대학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오히려 값진 도전의 기회”라며 발상의 전환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우리 공동체에 기여하는 참된 인재를 길러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오 총장은 2015년 3월 4년 취임해 두번째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로 재직했으며 25대 서울대 총장을 지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