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코로나발 3중고’… 잔혹한 봄

입력 2020-03-23 04:07

연세대 재학생 오모(24)씨는 지난 2월 계약한 학교 근처 원룸만 생각하면 속이 쓰리다. 코로나19 사태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강이 이뤄지면서 원룸에 갈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매달 50만원씩 월세가 나가는 상황을 쳐다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씨는 22일 “계약 당시만 해도 이렇게 사태가 오래갈지는 몰랐다. 온라인 강의 기간이 얼마나 더 길어질지도 모르는데, 이러다 반년치 집세로 300만원을 그냥 날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오씨를 비롯한 대학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가혹한 봄을 맞이하고 있다. 자취방 월세는 나가고, 취업은 미뤄지고, 아르바이트도 끊기는 등 코로나19가 대학생들을 ‘3중고’로 몰아넣고 있다.

상반기 기업 공채만 기다리던 취업준비생들은 허탈한 심정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20년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기업(126곳) 중 28%가 채용을 축소하거나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스펙 쌓기도 쉽지 않다. 영어능력검정시험인 토익(TOEIC) 시험은 지난달 29일과 지난 15일에 이어 오는 29일 시험도 취소됐다.

지난해 5월부터 취업을 준비한 이화여대생 서모(24)씨는 1년 넘게 백수가 될 처지다. 서씨가 3개월간 해왔던 GSAT(삼성기업직무적성검사) 스터디는 상반기 기업 공채가 잠정 연기됨에 따라 지난 12일 해체됐다. 그동안 모았던 적금까지 깼다는 서씨는 “부모님 돈만 축내는 게 죄송하고 눈치가 보인다”며 한숨을 쉬었다.

연세대 졸업반 이모(26)씨는 3개월간 인턴만 50곳을 지원한 끝에 지난달 초 한 연구개발 회사에 합격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이씨가 맡은 해외 프로젝트가 갑자기 취소되면서 물거품이 됐다. 다시 준비생 신분으로 돌아간 이씨는 “어렵게 됐는데 처음부터 다시 준비하려니까 너무 막막하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자리마저 찾기가 쉽지 않다. 숙명여대생 임소연(22)씨는 지난달 키즈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했으나 2주 만에 관둬야 했다. 점장은 임씨에게 “손님이 한 명도 없다”며 근무를 중단해 달라 요청했다. 평일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며 100만원 정도의 생활비를 벌려고 했던 임씨의 계획은 무산됐다. 대학생 임모(22·여)씨는 지난달 말 학부모로부터 ‘주거지 3㎞ 내에 확진자가 있어 수업을 당분간 중단해야겠다’는 메시지를 받고 과외를 관뒀다. 임씨는 화상강의라도 구하기 위해 하루에 몇 번이고 과외 구직 애플리케이션을 보고 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