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의 확진자 수는 하루 만에 5000명 가까이 늘어 1만3000명이 넘었다. 코로나19 대응에 비상이 걸린 미 정부는 자국민의 해외여행을 금지하는 고강도 조치를 발표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4000만명 전체 주민의 외출을 제한하는 자택 대피령이 내려졌다.
미 존스홉킨스대 시스템과학공학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368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0일 1000명을 돌파한 뒤 9일 만에 13배 이상 늘었다. 이로써 미국은 중국 이탈리아 이란 스페인 영국에 이어 6번째로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은 나라가 됐다. 이런 폭발적 증가세는 코로나19 진단검사가 늘어난 결과이기도 하지만 미국 전역에 바이러스가 얼마나 많이 퍼졌는지 보여준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미 정부는 연일 고강도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외국인 입국을 차단하고 비자 발급을 제한한 미 국무부는 이날 전 세계 모든 국가에 대한 여행경보를 ‘여행금지’(4단계)로 격상했다. 통상 분쟁이나 자연재해가 발생한 지역에 발령됐던 4단계 경보를 모든 국가로 확대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 미국이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한 나라는 북한 이란 리비아 등 10여개국 정도였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중국 이란 몽골 전역과 한국 이탈리아 일부 지역에만 4단계 경보가 적용됐다.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주민들의 외출을 전면 금지하는 자택 대피령이 발동됐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20일 0시부터 이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그간 뉴욕주 인근 뉴저지주 호보컨시에서 야간 통행을 금지하는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된 조치들은 있었지만 주 차원의 외출 제한은 처음이다. CNN방송은 “뉴섬 주지사의 명령은 미국에서 나온 첫 번째 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의무 규제”라고 설명했다. 하룻밤 사이에 2000명이 추가돼 누적 확진자가 5000명이 넘은 뉴욕주는 일반 기업 직원의 4분의 3은 자택에 머물도록 했다.
유럽 상황도 악화일로다. 코로나19로 3400명 넘게 사망한 이탈리아에서는 의료 붕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북부 지역에 편중돼 있던 확진자 수가 최근 중남부에서도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남부 지역은 북부에 비해 의료 시설과 장비가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은 국가비상사태 선포 이후 객실이 텅텅 빈 마드리드의 고급 호텔들을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한 임시병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럽 내 군사훈련 규모도 축소됐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일부 훈련은 변경되거나 취소됐지만 우리 군은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