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스와프’ 외환시장 불안감 해소… 금융시장 모처럼 기지개

입력 2020-03-21 04:04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마스크를 쓴 직원이 증시 현황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7.44%(108.51 포인트) 오른 1566.15로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9.2원 내린 1246.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에 짓눌려 연일 하락세를 기록하던 국내 외환·증시 등 금융시장이 모처럼 만에 기지개를 켰다. 한국과 미국 간 통화 스와프 체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외화 유동성 위기’라는 불확실성을 덜어낸 게 ‘단비’로 작용했다. 코스피는 1500선을 회복하며 장을 마감했고, 1300선을 위협하던 원·달러도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미 통화 스와프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일시적으로 금융시장 안정화에 효과를 보였지만,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지속하면 위험회피 심리가 다시 강해져 시장 불안정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2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7.44%(108.51 포인트) 상승하며 1566.15로 마감했다. 2008년 12월 8일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전날 2009년 7월 23일(1496.49) 이후 처음으로 1500선이 붕괴되며 금융불안이 커졌지만, 하루 만에 1500선을 회복했다. 이날 오전 한때 코스피200 선물, 코스닥150 선물·현물가격이 급등하며 프로그램 매수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선 8년 3개월 만이다.

코스닥지수는 전날 대비 39.40 포인트(9.20%) 오른 467.75로 마감했다. 달러 수급불균형으로 불안정세를 보였던 외환시장도 크게 안정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9.2원 내린 1246.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금융시장이 반등한 데는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은 지난 19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통화 스와프는 달러 투기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공급망 역할을 해 시장 안정화에 도움을 준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300억 달러 규모)는 원·달러 환율을 고점 대비 300원 가까이 떨어뜨리는 효과를 냈다.

정부는 이번에도 ‘외환시장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국내 외환시장 불안도 결국 달러 수요 증대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은 이 불안을 완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미 통화스와프가 단기간의 금융시장 불안 심리를 잠재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코로나19가 금융시장뿐 아니라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코로나19 진정’이 동반돼야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로존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 그에 따른 경기 침체 및 신용 리스크에 대한 불안도 여전한 상황이다. 코로나19가 진정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는 게 중요하고, 미국 내 부실 자산 신용 리스크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코로나19의 국내외 소비·투자·수출 파급영향을 따져보면 올해 1분기 마이너스 성장도 배제할 수 없다”며 다소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해외 투자은행(IB) JP모건도 이날 코로나19의 대유행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를 반영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하향 조정했다. JP모건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코로나19 발생 이전 2.3%에서 0%대로 낮아졌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