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명의 여성을 협박해 성착취 동영상을 제작하고, 이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유포한 ‘박사’ 조모씨의 잔인한 범죄행각이 경찰 수사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여성만 74명에 이르며, 이 중 미성년자만 16명이었다. 경찰은 조씨가 운영했던 유료채팅방 회원은 물론, 텔레그램 성착취물 유포 범죄를 처음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n번방’ 사건 용의자 ‘갓갓’도 수사 중이다.
20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해 8~9월부터 텔레그램에 ‘박사방’이라는 유료채팅방을 만들고 성착취물을 본격 제작·유포하기 시작했다. 조씨는 SNS 채팅 애플리케이션에 ‘고액 스폰 알바’ 광고를 띄워 나이 어린 여성을 유인했다. 조씨에게 걸려든 피해자가 나체 사진을 찍어 보내면 이른바 ‘노예 생활’이 시작됐고, 신상정보 및 영상 유포를 빌미로 피해 여성들은 더 많은 성착취 영상을 촬영해 조씨에게 보내야 했다. 일부 피해자는 특정한 장소로 불려 나와 공범에게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조씨가 피해 여성들을 협박하기 위해 국가 행정 전산망을 이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구청과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공익근무요원 2명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해 피해자와 일부 회원의 개인정보를 빼낸 것이다. 공익근무요원들은 구청·동사무소 직원이 본인들에게 증명서 발급 등을 부탁할 때마다 조씨가 요구한 개인 정보를 빼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해당 공무원들의 위법 사항도 조사할 계획이다.
조씨는 이렇게 만든 성착취 동영상을 3단계 유료채팅방을 통해 유포했는데, 입장료가 높을수록 유포되는 영상도 더 자극적이었다. 조씨 주거지에서 현금 1억3000만원을 압수한 경찰은 수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이들의 범죄수익을 추적 중이다.
경찰은 ‘n번방’ 운영자 ‘갓갓’도 수사 중이다. 갓갓은 텔레그램을 통해 성착취물을 제작, 유포하는 범죄를 처음 만든 인물이다. 그는 텔레그램에서 1번방부터 8번방까지 8개의 채팅방(n번방)을 운영하면서 ‘노예’라고 부르는 20~30여명의 피해자를 협박해 온갖 성착취물을 만들고 이를 n번방을 통해 유포했다. 그는 지난해 2월 자신의 채팅방을 ‘와치맨’에게 물려주고 현재는 자취를 감춘 상태다. 현재 갓갓과 와치맨은 각기 다른 지방경찰청에서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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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