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봄은 벌써 청년이 되었어
바다와 몸을 섞었는지도 몰라
그 유혹을 어쩌겠어
봄밤이 등을 떠밀었을 터인데
모든 배들이 그 물결에
폐선까지도 삐걱거렸겠지
봄이 애를 낳으면
우리가 키우자
장석의 ‘우리 별의 봄’ 중
바다와 몸을 섞은 통영의 봄을 노래한 시다. 야릇한 구절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특히 마지막 연에 등장하는 “봄이 애를 낳으면/ 우리가 키우자”는 대목은 근사하게 느껴진다. 시를 쓴 장석은 198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이다. 그는 40년간 시를 발표하지 않다가 최근에서야 오래 묵힌 시집 두 권을 내놓았다. 그중 하나가 ‘우리 별의 봄’이다. 시집 뒤표지에는 문학평론가 남진우의 글이 실려 있다. “그동안 그는 이 언어를 버려두고 아니 쌓아두고 어디서 무슨 일을 하며 한 시절 한 세상을 탕진해왔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