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연임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달 말에 열리는 금융지주별 주주총회에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의지여서 금융 및 대기업 주주총회에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19일 제7차 위원회를 열고 조 회장과 손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의 건에 대해 ‘반대’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수탁위는 두 사람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수탁위는 국민연금이 투자한 주요 기업들에 대한 의결권 행사 등 주주활동을 결정하는 기구다.
조 회장은 채용비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한 상태다. 손 회장은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금융 당국에서 중징계(문책 경고)를 받고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신한금융 지분 9.76%를 보유한 1대 주주다. 우리금융 지분도 8.82%로 예금보험공사(17.25%)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라 있다. 국민연금은 이달 초 두 금융지주의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바꾸며 적극적 주주활동을 예고한 바 있다.
우리금융은 오는 25일, 신한금융은 26일 주주총회를 연다. 신한금융 이사회는 조 회장의 채용비리 혐의가 유죄로 확정된 게 아니라는 점을 들어 연임을 결정했다. 우리금융 이사회도 금융 당국의 중징계 결정에 대한 법적 판단을 받겠다며 손 회장의 연임을 추진해 왔다. 국민연금이 이들의 연임에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두 금융지주의 주주총회는 표 대결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 선임의 건(윤성복, 박원구, 백태승, 김홍진, 양동훈, 허윤, 이정원)과 감사위원 선임의 건(차은영, 윤성복, 김홍진, 양동훈)에 대해서도 기업가치 훼손 등의 이유로 반대 의견을 내기로 했다.
국민연금의 제동은 금융지주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은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의 연임에 대해서도 기업가치 훼손 이력 및 감시 의무 소홀, 과도한 겸임 등에 해당한다고 보고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