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고통 섬김·나눔으로 극복해야죠”

입력 2020-03-20 00:01
무료 급식이 재개된 19일 경기도 수원역 광장의 정나눔터 앞에서 한 시민이 음식 꾸러미를 받아 쇼핑백에 넣고 있다. 수원=송지수 인턴기자

강풍주의보가 발령된 19일 경기도 수원역 광장의 정(情)나눔터 앞. 오전 11시가 되자 거리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두툼한 방한모에 빛바랜 옷차림이지만, 표정만큼은 어둡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 1월 말 중단됐던 수원역 무료 급식이 음식 꾸러미 나눔 형태로 한 달여 만에 재개됐다.

노란 조끼의 봉사자들이 거리의 사람들 이마에 비접촉식 체온계를 대고 발열 여부를 점검했다. 이어 한 사람씩 손세정제를 뿌려 소독을 돕고 앞사람과 거리를 두어 줄을 서도록 안내했다. 간혹 마스크조차 없는 노숙인들에겐 새하얀 새 마스크가 주어졌다. 짧은 줄 서기 끝에 먼저 받아든 건 수건 손소독제 피부약 감기약 등이다. 이어 김밥 컵라면 김치 과자 오렌지 캔커피가 담긴 꾸러미가 제공됐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급식 시설인 정나눔터 안에서 찬송과 기도를 드리고 함께 식사하진 못했지만, 먹거리를 손에 든 사람들은 강풍과 햇살을 피해 재빠르게 흩어졌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목도리를 두르고 음식 꾸러미를 받아든 A씨(60)는 “물건을 떼어 노점을 하거나 노동일을 하는데, 일거리가 완전히 끊겼다”며 “역에서 TV로 뉴스를 보다가 먹을 걸 나눈다기에 왔다”고 말했다.

수원역 정나눔터에선 낮에는 예사랑공동체 한벗교회(정충일 목사)가, 저녁에는 함께하는교회(백점규 목사)가 교대로 무료 급식을 진행해 왔다. 전국노숙인시설협회 회장도 맡은 정충일 목사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부터 종교사회단체가 힘을 모아 거리로 내몰린 실직자와 노숙인들을 섬겨왔는데, 코로나19로 또다시 심각한 위기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인 탓에 비위생적 환경에 직접 노출된 노숙인들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버텨내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감염 우려를 앞세워 무료 급식 시설의 폐쇄 조치를 서둘렀는데 이후 배고픔을 해결할 대안이 마땅치 않아 음식 꾸러미 나눔을 고안했다. 이날 현장에도 수원시청 자활담당 공무원이 나와 “음식을 배부할 때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해 달라”고 당부하는 한편 “1차로 급식을 재개해 주셔서 감사하다. 2차 3차로 재개하는 기관들에 모범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배고픈 이들에게 전해진 음식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이 후원했다. 예장통합 총회는 수원역 서울역 영등포역뿐 아니라 강원도 원주의 밥상공동체를 비롯한 전국 노숙인 시설 7곳의 3월 급식비용 1750만원을 직접 전달했다. 총회 사회봉사부장 홍성언 장로는 “하루에 한 끼 식사조차 어려운 이웃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다들 어렵지만, 모두가 내 가족이란 마음으로 사랑이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