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의 모순, ‘선수 보호’ 대책 없이 올림픽 강행론 되풀이

입력 2020-03-20 04:07
사진=신화뉴시스

토마스 바흐(사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2020 도쿄올림픽 개최 강행으로 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대해 “선수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책임감 있게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종목별 국제단체 대표자, 선수, 회원국 국가올림픽위원회(NOC)를 차례로 만난 연쇄 컨퍼런스 콜(화상 회의)에서 올림픽 강행론만 되풀이해 논쟁의 불씨를 잡지 못했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은 19일 바흐 위원장과 각국 선수 대표 220명의 컨퍼런스 콜(화상 회의)을 IOC 선수위원 자격으로 참여한 뒤 국제스포츠전략위원(ISF) 브리핑에서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각국에서 여행이 제한돼 예선이나 랭킹전에 참가할 수 없는 선수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질의했다”며 “IOC로부터 ‘모든 상황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다양한 경로로 선수들을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회의는 지난 18일 밤에 시작돼 자정을 넘겨 끝났다. 바흐 위원장은 지난 17일부터 올림픽 종목 33개(정식 28개·시범 5개), 선수, NOC와 하루 간격으로 컨퍼런스 콜을 진행했다. 이날 아시아 NOC와 회의했고, 한국의 NOC 대표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참여했다.

바흐 위원장은 세 번의 회의에서 같은 입장을 되풀이했다. 경기장에서 코로나19 노출 위험이 가장 높은 선수들과 회의에서도 “올림픽 개막까지 4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기에 이르다. 모든 추측은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회장이 종목별 국제단체 대표 회의를 마치고 진행한 지난 17일 브리핑 내용과 일치한다. IOC가 그 직전에 집행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홈페이지에 공개한 성명에도 이 발언이 담겨 있다.

바흐 위원장의 반복되는 발언은 올림픽을 예정대로 7월 24일에 개최하기 위해 오는 6월 30일까지 본선 출전자를 모두 확정하라는 독려로 볼 수 있다. 올림픽 연기·취소 여론을 잠재울 목적으로 연쇄 컨퍼런스 콜을 진행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선수들은 종목별 국제단체, NOC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올림픽 연기·취소론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지만, 바흐 위원장과 컨퍼런스 콜에서는 침착하게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유 회장은 “회의 분위기가 무겁기보다는 차분했고, 항의보다 IOC의 대비를 문의하는 건설적 질문이 많았다. 대부분은 올림픽에 출전할 선수의 건강과 관련한 질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