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충격 완화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주요 경제주체 초청 원탁회의’를 열었다. 재계와 노동계가 총출동해 제안을 쏟아냈다. 과감한 경제정책과 노사 화합에는 뜻을 같이했지만, 세부 처방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갈렸다. 특히 ‘재난기본소득’ 등 현금성 지원에 대해선 이견이 적지 않았다.
재계 인사들은 기업에 대한 적극 지원을 요청했다. 가장 먼저 발언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자금경색을 느끼는 기업이 압도적으로 많다.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놓았으나 스피드가 문제”라며 “행정비용을 줄여야 한다. 스피드를 건너뛰는 파격 조치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도 “최근 일부 지자체가 개인에게 현금을 주자고 하는데 현금보다는 경제주체의 소비를 유발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재난기본소득과 같은 현금성 지원에 대해 우회적으로 반대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손 회장은 기업을 위해 금융기관 대출 완화, 신용대출 확대, 과감한 규제 해제, 통화스와프 확대, 특별근로시간 확대, 특별연장근로제 보완 입법, 국민연금 및 4대 보험료 납부 유예 등을 제시했다. 손 회장은 “노사가 고통을 분담해 기업을 살려야 한다”며 “상징적으로 법인세 인하를 검토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노동계는 취약계층에 대한 현금성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생계비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는 대상이 있다. 셧다운 상태의 노동자”라며 “부(富)가 집중돼 있는 재벌과 대기업이 고통을 분담하려고 적극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현대그룹이 협력사 직원들에게 30억원을 지원키로 한 사례를 들었다. 민주노총은 ‘100만원 재난생계소득’을 요구한 상태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도 “그간 사회적 약자가 더 약한 사람을 밀어내는 식으로 위기를 극복해 왔다”며 “재난 시 사회공동체가 나를 방치하지 않는다고 믿어야 신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임용 소상공인연합회장 권한대행도 “소상공인 매출이 60~90% 줄었다”며 3개월간 긴급구호 생계비 200만원 등을 요청했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노조가 집회를 자제하고 임단협을 조정하는 건 평소라면 불가능에 가깝다. 노사가 모두 성숙한 모습”이라며 “사회적 합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전례 없는 조치의 하나는 전례 없는 규모의 자금 공급”이라며 “금융권 전체가 합심해서 범금융권 협약식을 갖고 공동으로 움직이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속도전’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더 큰 결단이 필요한 일이라면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에서 결단을 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속도’라는 단어를 5차례나 썼다.
문 대통령은 회의 뒤 양대 노총 위원장과 별도 오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대 노총 위원장이 함께 청와대를 찾은 건 문재인정부 들어 세 번째이며, 지난해 1월 이후 14개월 만이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모처럼 양대 노총에서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는 각 분야 대표 16명이 발언하면서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가까이 더 진행됐다.
임성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