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여명 마스크 쓰고 띄엄띄엄… 낯선 삼성전자 주총

입력 2020-03-19 04:05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18일 열린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마스크를 쓴 삼성전자 주주들이 안건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주총 참석자들은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마련된 지정좌석제에 따라 두 좌석을 띄운 채 앉았다. 수원=서영희 기자

삼성전자가 코로나19 영향으로 12년 만에 서초사옥이 아닌 외부 장소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가졌다. 액면분할 이후 약 1000명이 주총장을 방문해 혼란을 빚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약 400명의 주주만 자리해 차분하게 마무리됐다.

삼성전자는 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1기 정기 주총을 가졌다.

주총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부품(DS) 부문장(부회장), 김현석 소비자가전(CE) 부문장(사장), 고동진 IT·모바일(IM) 부문장(사장) 등 삼성전자 경영진이 참석했다.

김기남 부회장은 코로나19와 미·중 무역갈등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반도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인공지능(AI)과 차량용 반도체산업 성장,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투자 증대, 5G 통신망의 본격적인 확산 등 신성장 분야를 중심으로 반도체 수요는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김현석 사장은 “코로나19 확산은 전 세계적으로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인 것 같다”며 “영향을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이로 인한 생산 차질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고동진 사장도 “코로나19의 여파로 스마트폰 시장 위축이 예상되지만 5G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는 성장할 것”이라며 “차별화된 프리미엄 제품을 통해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주총장을 방문하는 주주를 줄이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지정좌석제 또한 최초로 시행됐다.

참석 주주 중 확진자가 발생하는 만약의 상황에서 역학조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지난해 5석이었던 주주입장확인석도 17석으로 대폭 늘려 특정 시간에 주주들이 밀접 접촉하는 상황을 방지했다.

참석한 주주들은 모두 비접촉 체온계로 발열 여부를 확인한 뒤 주총장에 입장했다. 주주들은 1500석 규모의 대형 전시장에 2석씩 띄어 앉아 약 1.9m의 간격을 확보했다. 주총장에 입장한 주주들에게는 마스크, 손세정제가 영업보고서와 함께 봉투에 담겨 전달됐다.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주총장 외부에는 건강확인소가 마련됐다. 강북삼성병원 소속 의사 3명과 간호사 7명이 전신 방역복을 착용한 채 구급차 4대와 함께 대기했다. 이날 주총장에서 의심증상을 보여 입장이 제한된 주주는 없었다.

안건이었던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과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의 건은 주주들의 박수로 가결됐다.

차분하게 진행된 주총 가운데 항의 발언하는 주주도 있었다.

한 주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 관련 이 부회장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삼성해고노동자 고공농성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주주도 “300일이 되어가는 기간 강남역 철탑 위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수원=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